연기 뚫고 '용기 내는' 장애인 학생들… 인천서희학교 화재대피 훈련

입력 2024-05-22 20:19 수정 2024-05-22 20:52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5-23 6면

작년 10회 걸쳐 반복 몸으로 체득

발달장애 아이들 차분히 대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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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인천시 서구 인천서희학교에서 실시된 소방안전훈련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화재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2024.5.2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2일 오전 10시10분께 인천 서구 특수학교인 인천서희학교에서 화재 발생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렸다. 학교 1층 복도와 계단에는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대피하라는 방송이 시작되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학생이 교사들의 도움으로 신속히 건물 밖으로 나왔다.

2~4층에 있던 발달장애인 학생들도 차분히 교실과 가까운 계단으로 향했다. 입과 코를 손수건이나 옷깃으로 막은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줄지어 대피했다.

화재 발생 10분 만인 오전 10시20분께 300여 명의 장애인 학생이 교사, 특수교육실무사 등 교직원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대피를 끝냈다. 그로부터 5분 뒤 현장에 소방펌프차 2대가 도착해 1층 급식실에서 발생한 불을 신속히 껐다. "모두 잘 대피했다"는 방송이 운동장에 울려 퍼지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소방관들을 향해 엄지를 세웠다.

 

인천서희학교 소방훈련
22일 인천시 서구 인천서희학교에서 실시된 소방안전훈련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화재 발생을 가정한 상황에서 대피훈련을 하고 있다. 2024.5.22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인천소방본부는 이날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한 발달장애인 학생들의 화재 대피 훈련 'Able(장애인도 할 수 있는) 소방안전교육훈련'을 지원했다. 지난해 검단소방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이 훈련에 올해는 인천지역 11개 소방서의 교육 담당 소방관들이 참여했다.



인천서희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은 지난해 10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 훈련을 받았다. 노란 조끼를 입고 학생들을 인솔하던 채윤주 교사는 "특수학생들은 이론만으로 교육하는 것이 어렵고, 대피 시 당황해서 우왕좌왕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비상벨이 울리면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체득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결과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걸어서 대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은 사고 발생 인지와 자력 대피가 어려워 재난·재해에 취약하다. 지난달 6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0대 발달장애인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4월11일자 6면 보도="불나면 신발 찾는 시간조차 급한데…" 발달장애인 안전교육 '블라인드 스팟')

최병준 검단소방서 현장훈련대응단장은 "훈련에 참여한 소방관들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당황해서 구조를 거부하거나 대피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숨는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훈련은 올해 인천서희학교를 시작으로 인천지역 7개 특수학교에서 실시된다. 전선주 인천서희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뿐 아니라 집이나 공공시설 등 실생활에서도 안전히 대피할 수 있는 장애인 화재 대피 훈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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