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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토리] 민물가마우지 천국, 수원 서호 인공섬 '생태적 딜레마'
수천마리 '은빛 공습'… 도심 뒤흔든 울음소리
2000년대부터 텃새화 6천여 마리… 주민 소음·악취 민원
산성 배설물, 나무 광합성 방해 말라죽는 '백화현상' 발생
'유해 야생동물' 지정에도 일각선 "추가 생태계 변화 우려"
수원 서호저수지 인공섬이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해 눈이 내린 듯 새하얀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
"깍~ 깍~ 깍~" "끼륵~ 끼륵" 수천 마리의 민물가마우지 무리의 울음소리가 요란스럽게 도심을 뒤흔들고 있다. 천여 개의 둥지를 틀고 번식해 6천여 마리의 민물가마우지 보금자리가 된 수원 서호저수지 인공섬.
저수지 한 가운데 준설토로 만들어진 1만2천㎡ 규모의 인공섬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들이 2000년대부터 조금씩 터를 잡으면서 어느새 '그들만의 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인공섬은 강한 산성인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이 나무의 광합성을 방해해 하얗게 말라 죽는 '백화현상'이 매년 나타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 떼가 서식지 상공을 뒤덮고 있다. |
최근 산란철을 맞아 민물가마우지 새끼들이 번식 중인 인공섬은 배설물과 먹던 물고기 먹이 등으로 악취가 곳곳에서 심하게 풍기고 있었다.
둥지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구하는 민물가마우지들. |
서식지 주변에서 재료를 구하는 특성을 지닌 민물가마우지들이 산란과 번식을 위해 만든 둥지에서는 비닐, 노끈,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재료로 사용돼 주변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쓰레기로 만든 둥지에 알이 놓여 있다. |
겨울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먹이 증가, 천적감소 등으로 텃새화하고 있다.
몸길이가 최대 90㎝인 민물가마우지는 하루평균 700g, 번식기에는 1㎏이 넘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서호저수지와 인근 하천에서 붕어, 잉어 등 각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수중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 맞은편 민물가마우지 둥지들. |
이처럼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가마우지 울음소리와 배설물 때문에 소음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고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새끼 민물가마우지가 죽은 채 나무에 매달려 있다. |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민물가마우지가 퇴출될지 주목되고 있다.
서호를 사랑하는 시민모임 김병규 회장은 "민물가마우지를 무차별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방법은 또 다른 생태계 변화 우려가 있다"며 "인위적으로 야생 동물 서식지를 손대기보다는 개체 수를 줄이는 방안 등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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