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어워즈 등 26개 부문 수상
주인공 에반의 주변 관계에서
끊임없는 소통… 메시지 전달
충무아트센터서 내달 23일까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공연장면. /에스앤코(주) 제공 |
"만약 텅 빈 숲 속에서 혼자 남게 된다면, 난 누굴 찾을까 또 누가 와줄까."
어딘지 모르게 소심하고 위축되어 있는 소년. 마음속으로 나를 알아봐 줄 사람을 간절히 찾고 또 원했던 그 '에반 핸슨'. 그런 에반의 팔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사건으로 인해 깁스가 둘러져 있었다. 배달원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돼 배달을 시켜 먹는 것조차 꺼리던 이 소년에게 엄마는 깁스에 친구들의 사인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그렇게 에반은 '코너 머피'와 우연히 엮여버렸다. 코너 역시 세상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약에 취해 겉도는 삶을 살던 소년이었다. 접점을 찾을 수 없었을 것 같던 두 소년의 세상은 (의도치 않았지만) 유일하게 에반의 깁스에 사인을 해준 코너의 죽음을 계기로 공유하게 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코너의 가족들에게 약간의 거짓말로 위로를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에반의 삶은 하나둘 붙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거짓으로 둘러싸인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거짓말은 에반에게 자극제가 된다. 코너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기에 잊히고 지워지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크게 느낀 에반이었다. 그리고 그의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1막 내내 에반의 팔을 두르고 있던 그 깁스는 자기 자신을 의심했던 자책과 후회이자, 그가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하게 만드는 족쇄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공연장면. /에스앤코(주) 제공 |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나 자신이 의심되고, 수없이 되묻고, 한 발 더 내디디기가 어려워지는 순간들도 있다. 그래서 어딘가에 속하고 싶고, 누군가가 이런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난다. 한 번쯤은 가져봤음직한 에반 내면의 외침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며 한층 단단해져 가는 모습은 마치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어떤 작고 어두웠던 마음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처럼 뻗어 나간다.
작품은 '소통'과 '연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사회가 무엇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고, 또 그것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거나 이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위로와 용기를 얻어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이 작품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어쩌면 단순하고도 간단했던 메시지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공연장면. /에스앤코(주) 제공 |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토니어워즈 6관왕, 그래미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 등 15개의 시상식에서 26개 부문의 상을 받았을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또 '라라랜드', '위대한쇼맨' 등의 작곡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듀오가 만든 음악들이 극 전반에 다채롭고 풍부하게 흐르는데,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넘버 'Waving Through A Window',' You Will Be Found' 등을 포함해 마음을 파고드는 음악들이 극에 힘을 더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에반이 겪는 여러 사건들과 인물간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가져가는 서사가 마지막까지도 탄탄하게 이어지고, 이는 작품이 주는 선명한 주제의식으로 표출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 소년이 자신에게 남겼던 편지처럼 말이다. "디어 에반 핸슨, 오늘은 멋진 하루가 될거야. 왜냐하면 오늘은 그냥 너답게 굴면 되니까."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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