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19)

 그러나 ‘구길사’의 대표는 박준호가 아니다. 고수길이다. 사업 아이디어 자체가 고수길의 머릿속에서 구상되었으므로 경영도 몽땅 그에게 맡겨 버린 터다.
 법원에서 공매하는 부동산을 입찰로 따내 되파는 일과, 작은 상가를 분양받아 사고 파는 일과, 정부 공채를 사고 파는 일 등, 이른바 돈 되는 것이라면 업종을 불문하고 뛰어드는 일종의 잡화상 같은 사업이다.
 또 있다. 세상은 참으로 요지경 속이라서 상식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일테면 법으로 해결 안 되는 제반 업무를 주먹으로 해결하는 식의 사업이 그것이다. 개발 대상 지역 부동산을 구입, 끝까지 깔고 앉았다가 다섯 배, 열 배로 튀기는 ‘알까기’라든가, ‘노름빚받기’라든가, ‘은행 잔고 증명용 거금 빌려 주기’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고수길은 그 방면으로 귀재다. 그는 무엇보다 정보에 민감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뀌고, 어느 지역 토지 규제를 언제 풀어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할 것이며, 어떤 아파트의 어떤 상가가 얼마에 언제 나오고 등등 고수길에게 접수되는 정보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어디서 그런 잡다한 정보가 들어오는지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이다.
 정보 분석 능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보 분석을 거쳐 `이거 이거는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박준호에게 보고를 끝내면 고수길은 금세 신들린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눈에 쌍불을 켠다. 포획물의 길을 앞질러 매복을 한다. 그리고 포획물을 정확히 겨냥한다. ‘아무거나 물지 않지만 일단 물었다 하면 절대로 놓지 않는다’가 고수길의 경영 철학이다.
 물론 덥석 물기까지의 과정도 예삿일이 아니다. 설사 박준호의 결재를 득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관련 정보와 법규를 면밀히 검토, 일단 승산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과감히 포기해 버리는 결단도 파격에 가깝다. 그래서 고수길에겐 지지부진이 없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된다. 안 되는 일을 질질 끌어가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다. 고수길의 그런 근성 덕분에 박준호는 불과 3개월만에 마포 태껸 도장을 놈들로부터 반환 받는다.

 그동안 극렬한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수길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법적 절차와 고수길의 상상을 초월한 기습 공격에 놈들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고수길은 작은아버지 박상길을 살해한 주모자 김철구와 주조갑을 3개월 간 24시간 밀착 미행을 시킨다. 물론 똘똘한 전문가를 뽑았으므로 100% 실수는 없다. 이제 큰 물에서 놀게 된 김철구와 주조갑이 매주 골프를 다닌다는 사실도, 3일이 멀다고 정치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다는 사실도, 술집 출신 젊은 여자 아파트를 일주일에 한두 차례 드나들며 잠을 잔다는 사실도 그 미행에서 밝혀낸다.



 김철구와 주조갑이 3일 간격으로 세상을 하직했던 그 새벽, 박준호는 예외 없이 땀을 비 오듯 흘린다. 아침 운동 때문이다. 양발지르기와 공중돌리기와, 이중회전날기를 열 번만 반복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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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길의 전화는 하필 그때 걸려 온다.

 “형님, 김철구 승용차가 지금 막 출발했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골프장 행인가?”
 “그렇습니다.”
 “준비는 뭘로 했어?”
 “골재 트럭입니다.”
 “운전수는 믿을만 해?”
 “그건 걱정 마십쇼. 형님이나 저나 전혀 무관하게 처리했으니까요.”
 “좋아. 그대로 밀고 나가.”
 “알았습니다.”

 벤츠 승용차가 과속으로 달리다가 마주오는 골재 트럭과 정면 충돌, 벤츠 승용차에 탔던 운전사를 비롯한 2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식의 사고기사 한 줄 신문에 나지 않고 김철구는 마흔일곱 살로 세상을 마감한다.
 주조갑도 마찬가지다. 부인 몰래 정해 놓은 젊은 여자 아파트에서 새벽에 나오다가 역시 과속으로 달리던 컨테이너 트럭과 정면 충돌, 그 자리에 숨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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