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위의 식사<315>

경인일보

발행일 2007-03-27 제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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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시종 그림 박성현

승마하기 좋은 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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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하기 좋은 날 다급해하는 박준호와의 전화를 끊고 문 밖으로 나온 조봉삼이,

"쓰펄, 이게 머꼬?"

밑도 끝도 없이 투덜거린다.

조봉삼은 박준호가 꺼덕하면 고수길만 찾는 일 말고도 유독 고수길에게 쩔쩔매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조봉삼에게 있어서 고수길은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어렵기는 커녕 그렇게 만만할 수가 없다. 고수길도 조봉삼 앞에서는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다. 일종의 주눅이라고 할까. 매사를 완력으로 제압하려 드는 무지함 때문에 시쳇말로 대안이 없다. 피하는 게 상수다.

'구길사' 조직 대표라면 당연히 고수길이 한 단계 위인데도 두 사람만 있으면, 금세 서열 파괴다. 조봉삼 혼자 북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제멋대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박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한참 서울과의 전화 통화로 승강이를 하고 올라온 고수길에게 조봉삼이 "쓰팔, 미치것다 그마!" 눈알부터 허옇게 흘긴다.

"왜 그래?"

"니 정말 한 번 안 시키 줄끼가?"

"뭘 시켜 줘 임마."

조봉삼은 저속하게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사이에 끼어 넣고 얼마나 눌렀는지 불그죽죽, 더욱 쌍스럽게 만든 다음,

"요거, 값 젤 싸다는 곳에 와서 아직 숏 타임 한 번 못 뛰었으니, 말이 되는기가?"

고수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른다. 고수길이 너무 어이가 없다. 한마디로 기도 차지 않는다. 아예 대응을 포기해 버린다. 아니, 무시해 버린다고 해야 옳다. 그래서일까. 조봉삼이 더 기세등등하다.

"야, 고가야?"

고수길이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니는 생각 읍나"

빌어먹을, 생각 같아서는 면상이라도 갈겨 주고 싶지만, 고수길은 꾹 참는다. 조봉삼이 계속한다.

"호아는 니 말대로 관장님 사모님이라 손 못 댄다 쿠고… 이 병원 간호사들은 어떻더노?"

그러나 조봉삼은 고수길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가 아니다. 그가 계속한다.

"코가 오똑, 눈이 쑥, 증말 미녀 아니드나? 입술은 또 어떻노? 루즈를 안 칠했는데도 불그잡잡, 보드랍고, …마, 내는 그 입술에다 그기나 드리대고 뽈아라, 뽈아라…야, 고가야?"

"왜 그래? 새꺄!"

고수길이 적의를 드러내는 데도 조봉삼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그가 묻는다.

"프랑스 말로 '뽈아라'가 머꼬?"

고수길이 숫제 입을 다물고 만다.

"행님한테 물어보모 알끼야."

"미친 자식! 그런 걸 형님한테 왜 물어 새꺄!"

"아는 게 힘이라코 안 카더나. 그것도 행님이 헌 소리다 그마."

기가 찰 노릇이다. 말 그대로 무대응이 상책이다. 고수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절절 흔든다. 실제로 밀리떼르 병원 간호사는 하나같이 미인들이다. 물론 베트남 출신이 더 많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베트남이다. 그러니까 세 명이 프랑스에서 파견된 간호사인 셈이다. 한데도 병원 전체가 프랑스 간호사로 꽉 채워 놓은 것 같다.

조봉삼의 말대로 입체적인 미인들이라서 그럴까. 나란히 서면 베트남 간호사는 숫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눈길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만 간다. 키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얼굴 윤곽도 그러하다.

특히 무하마드를 담당하는 아르므아르 양이 더 그러하다. 조봉삼이 불그잡잡, 보드랍고…어쩌고 저쩌고 주책을 떨었던 것도 기실은 아르므아르 양이 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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