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대입시험 자율화의 성공조건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소장)
 
 
정부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정책메뉴의 하나가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이다.

새 정부도 대학입학시험 3단계 자율화를 교육정책의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과외에 따른 사교육비 문제와 입시 문제는 거의 모든 가정이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바뀔 때는 물론이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해결방안이 제시돼 왔던 난제이다.

지금까지 과외와 입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차례 입시제도 개혁이 이뤄졌으나 바뀌는 제도에 처음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혼란만을 초래했을 뿐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에 따라 GDP 대비 사교육비 규모는 1985년 0.5%에서 1995년에 1.9%, 2005년에는 2.8%로 크게 늘어났으며, 해외유학과 연수비까지 합치면 2005년에 GDP 대비 3.4%를 사교육비로 지출하였다. 이는 같은 해 국방비(GDP 대비 2.8%)를 25% 초과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국내지출 사교육비의 상당부분이 학생의 인적자본을 증가시키는 투자비용이라기보다는 단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데 따른 스크리닝 비용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대학생 선발을 위해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가 과열되는 근본원인은 대학 졸업장이 더 높은 임금과 지위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특히 소수 명문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사회적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첫째, 대학 졸업 후 커리어개발을 위한 경쟁 기회가 적을수록 대학 입학에 모든 경쟁이 집중된다.

둘째, 명문대학이 소수에 한정되어 있다면 명문대학 입시는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정부개입이 너무 심하므로 단계적으로 대학 입시를 자율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타당하지만 이와 같은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입시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입시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대학 진학 연령층 학생의 상위 10% 정도가 각자의 적성과 형편에 따라 선택하여 진학할 수 있는 명문대학을 15~20개 육성해야 한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대체로 상위 10% 우수 집단이 창의성과 리더십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학 입학 연령층 50만명 중 상위 5만명 정도가 진학 대상으로 선택할 수 있는 15~20개 정도의 명문대학이 필요하다. 이들간에 학교간 서열은 큰 의미가 없고 학교마다 다른 특징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나 예일이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사립대학과 주립대학들이 수십개 있어서 대학입학에서의 경쟁이 상당히 분산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 경우에도 사과와 배처럼 서로 다를 뿐, 우열을 가름하기 힘든 명문대학을 다수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대학의 법인화, 고등교육시장의 개방, 대학퇴출 기제 구축, 대학간은 물론 대학 내 경쟁유도, 대학연구역량강화 지원, 다양한 형태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도입, 학자금 지원의 확대 및 다양화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이 충실해지고 다양해질 때 과외와 입시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업 선택과 커리어발전 기회가 대학 졸업 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주어진다면 입시문제가 완화되고 평생교육체제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법학분야의 경우 법대-사법시험의 1단계 경쟁과 선발이 대학-법학전문대학원-일반변호사자격시험-전문변호사자격시험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변호사, 교수, 판·검사 활동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상호간 교류가 활성화됨으로써 경쟁과 커리어발전의 기회가 다단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학력 이외에 새로운 능력지표(자격증, 연수이수증 등)를 다수 개발하고 평생학습계좌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학력중심에서 능력주의시대로의 진입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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