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목일 (수필가)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고 숭배하는 인물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다. 한때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경상남도는 역점사업으로 '이순신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순신 장군을 세계화하고 남해안 시대 문화관광을 선도하기 위해서 1천500여억원을 투입한다.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알리기, 거북선 건조 등 세계화작업과 이충무공 정신선양, 거북선 탐사 등 19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전라남도에서도 함께 추진하고, 일본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

이순신 프로젝트 중 흥미로운 것은 거북선 찾기이다. 경상남도는 거북선이 수장된 곳으로 예측되는 거제 칠천량 해저를 샅샅이 뒤져 거북선 잔해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광화문 대로에 긴 칼을 든 구국의 영웅으로 서있다. 다른 한 손은 붓을 들고 있다. 그는 해군 사령관으로서 칼을 들고 작전지휘를 수행해 23전 전승으로 조선을 구하고 세계 해전사(海戰史)에 찬란한 기록을 남겼다.

이순신은 칼을 들고 작전지휘를 하였지만, 한 손은 붓을 들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사령관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휴식과 수면이 필요했다. 그의 건강은 곧 국가존망과 결부돼 있었다. 밤이면 보초 이외에 모든 군졸들이 취침해 내일의 전투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장군만은 잠들 수가 없었다. 그가 수행한 전투와 전쟁 상황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군졸들이 잠든 밤중에 장군은 정신의 피로 먹을 갈았다. 칼보다 더 날카로운 붓을 들었다. 전투를 수행하면서 반드시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전투 상황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함을 느꼈다.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이 망각의 바이러스를 풀어 사실과 진실을 퇴색시키고 소멸시켜 망각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진왜란은 조선을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했고, 전쟁 중에 가장 고단하고 고뇌하고 잠 못 들어 했던 사람은 이순신이었다. 그는 7년간의 전쟁 중에서 단 하루라도 마음 놓고 잠 들 수 없었다. 그의 손엔 칼과 함께 붓이 들려져 있었다. 그가 수행한 전투가 기록되지 않아 훗날 입으로 전해져 과장되고 와전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낱 전설이 되고 설화가 되어 떠도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장군이 잠들지 못하고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기록해 놓은 '난중일기'는 그의 일생 전부이자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선조는 국난을 수습한 인물을 가려 공신을 책봉했다. 일등공신에 오른 인물은 육군에 권율 장군, 해군에 이순신, 원균 장군이었다. 이 세 사람은 당시 문무백관들에 의해 일등공신으로 책봉됐다. 그러나 400여 년이 흐른 지금 이순신과 원균의 평가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순신은 민족의 태양, 성웅, 불멸이라는 최상의 상징성으로 추앙되지만, 원균은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순신과 원균을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통해 자신의 기록을 남겼고, 원균은 자신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점이 큰 차이를 만든 원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난중일기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달인 1592년(선조 25) 5월 1일부터 전사하기 한 달 전인 1598년 10월 7일까지의 일기이다. 본래는 이름이 없었으나, 1795년(정조 19)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할 때 '난중일기'라는 이름이 붙여져서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찾기는 해저 속에 묻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다만 금속은 시간에 의해 녹슬고 형체도 없이 해체되고 소멸되는 것이어서 그 잔해를 건져낼 수 있을까 관심이 쏠린다. 이순신장군이 남긴 '난중일기'(국보 제 7호)는 영원 속에 그대로 남아 그를 역사의 영웅으로 부각시키고, 왜곡되거나 변질되지 않은 진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위대성은 구국의 영웅에 그치지 않고, 그가 치른 전쟁을 기록함으로써 역사와 진실을 증언하고자 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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