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88만원세대'의 안타까운 몸부림

구직자 스펙쌓기에 가계부담 가중… 고용침체 속 적자세대 해결책 절실
   
▲ 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경인일보=]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에 태어난 'G세대(글로벌세대)'는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하고,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로 다져진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한 그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소비계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캐나다 밴쿠버의 동계올림픽 스타들이 보여주듯 재기발랄하면서도 구김살 없는 건강함을 보여준다. 그 중에는 이미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에 편입된 젊은이들도 있다.

반면, G세대의 몇 년 선배뻘이 되는 198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들이 중학생때 겪은 '외환위기'는 부모의 직업을 위기에 빠뜨렸고, 대학생때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신들의 취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한때 'N세대(정보화 세대)'라고 불리며 게임과 인터넷과 핸드폰과 MP3의 주구매자였던 그들은 이제 20대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을 뜻하는 '88만원 세대'가 되고 말았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는 동안 그들의 가정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기업은 신규채용을 줄였고, 경제 양극화는 취업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좌우하던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됐다. 요즘은 졸업장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스펙'이 있어야 한다. '학점 4.0 이상, 토익 900점 이상, 어학연수…'.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듯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스펙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스펙을 갖추려면 돈이 든다. '토익시험 응시료, 영어학원이나 어학연수 수업료, 취업 잘되는 학과 복수전공을 위해 대학을 더 다닐 경우 지불해야 할 추가등록금…'. 그 많은 돈을 누가 내는가? 부모들의 등이 휜다. 좋은 스펙을 갖추도록 뒷받침할 경제력이 부모에게 얼마나 있는가에 따라 비슷한 실력의 젊은이 사이에서 취업의 성패가 갈린다.



게다가 정부가 등록금 지원은 갈수록 줄이고 학자금 대출을 확대해서 많은 대졸자가 빚을 안고 사회에 나온다. 빚을 갚기 위해 비정규직이나 인턴이란 꼬리표를 감수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규직 취업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개인은 '업그레이드'되고 사회 전체는 '다운그레이드'됐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일자리를 줄이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모든 조건이 지나치게 열악하다. 실업은 점점 심화되고 확대될 것이며 고용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직장인의 퇴직이 빨라진 탓에 '아직 젊은', 그러나 일자리가 없는 '실직 부모'들을 부양할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런 부담과 힘겨운 경쟁체제에 자신을 잃은 젊은이 중 일부는 취업이나 승진에 대한 관심보다 취미와 패션 등 자기만족을 제공해주는 일에 몰두한다. 어떤 분야에 지나치게 심취하여 집착하는 '오타꾸'가 일본에 생겨나더니 점점 우리나라에까지 번지고 있다. 또 친구나 이웃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고립적이고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은둔형 외톨이'의 생활에 빠지기도 한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욕을 상실한 채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프리터' 족도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명문대'인 고려대 경영학과의 3학년 학생이었던(?) 김예슬양은 불안한 대학생활을 견디지 못해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하고 말았다. 그녀의 조리정연하면서도 비통함이 가득한 글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후벼 놓았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우리들 20대는 끝없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혹독한 경쟁에 시달리다 비좁은 사회 진출 관문에 끼인 우리의 청년들에게 탈출구는 없는가?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잃고 이처럼 자본주의의 먹이사슬 맨 밑바닥에서 안타깝게 허덕여야 하는가? 세계를 향해 드높은 꿈을 펼치고 훨훨 날아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신나게 그 꿈을 펼칠 기회를 되찾기는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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