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국 정치평론가
정기국회·국감·예산까지…
있는 힘 없는 힘 다 쏟아부어도
어려운 판에 개편설로 장관들이
힘 빠지면 국정운영 공백 불보듯
그렇더라도 진용의 일대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한번 인사 사고를 당했다. 채동욱, 진영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이대로라면 인사사고는 계속 터질 것 같다. 언제 어떤 형태로 터질 것인가가 문제일 뿐….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채동욱과 진영 사건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채동욱 건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변명도 가능하고 남 탓도 해볼 수 있다. MB정부에서 하고 나간 잘못된 인사라는…. 그러나 진영 건은 어떤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선캠프에서 공약실무 책임을 맡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사실상 정책 인수인계를 총괄했던 사람이 진영이다. 대통령은 이런 진영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발탁함으로써 복지 공약에 대한 실천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런 진영이 청와대와의 갈등과 무기력증을 공개적으로 호소하며 사표를 던진 것이다.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취임 7개월 만에 찾아온 이번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레임덕은 이렇듯 권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뜻하지 아니 한 인사사고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것은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고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다잡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감찰불복 사태, 장관의 항명과 직무거부 사태를 보는 국민의 참담한 심정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무너져가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촌각을 지체할 수 없는 비상사태다. 대폭 개편 이상으로 좋은 대안은 없다.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여당의 지도부까지 총괄하는 범여권 권력지형의 일대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난 7개월여의 시행착오를 바로 잡고, 새출발해야 한다.

정부조직개편의 지연과 인사지연 사태, 여기에 내습한 북한의 군사위협 등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개월 여의 국정을 일종의 비상상황처럼 운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상 문제가 있었어도 그때그때 바로 잡지 못했고 원점에서 재검토하지도 못했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도 어느 정도 제어됐고 미국, 중국, 러시아, G-20 외교 등 급한 외교안보 사안도 1차 마무리됐다. 이제 민생을 돌보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때가 되었다. 대대적인 개각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해 새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국민통합과 민생안정, 이 두 과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범여권의 인재풀을 최대한 가동하며 야권까지 포괄해 각계각층의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각오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지난 7개월여간 지겹게 보아온 정파갈등구조에 더 이상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개각설이 터져나오자 청와대는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어떠한 개편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 그렇다. 청와대의 고충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정기국회가 열려있고 막 국정감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예산도 기다리고 있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쏟아부어도 어려운 판에 개편설로 장관들의 힘이 빠지면 국정운영에 나사가 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나는 진용의 일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덮는다고 덮어지기 어려운 상태까지 왔기 때문이다. 차라리 다 드러내놓고 원점에서 다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기국회는 중요하다. 그러나 국정은 더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어수선한 모습으로 국정을 힘있게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통령만 고생할 뿐이다. 그러므로 다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풀어낼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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