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우(인천대 국문과 교수) |
벌써 12회째가 되었으니, 1회 대회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이미 청년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 대회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이 학부모가 되어 자녀를 이끌고 참석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날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이번 대회 첫 번째 대상 수상작은 김승욱 어린이의 '처음 학교 가는 날'로 정했습니다. 이 시는 읽는 사람에게 초등학교에 처음 가던 날의 풍경을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가방과 신발, 옷까지 새 것으로 장만하고서 들뜬 마음, 알고 있던 친구와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앉아 있는 교실에서의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기억을 글로 생생하게 묘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김승욱 어린이는 정말 훌륭하게 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많이 써주기 바랍니다.
두 번째 대상작은 홍여은 어린이의 '개나리'입니다. 이 작품에는 봄이면 찾아오는 개나리를 만나는 설렘과 개나리를 그리는 기쁨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구절을 반복하면서 운율을 만들어내거나 개나리를 그리는 일을 친구 사귀는 일에 빗대어 표현하는 솜씨는 참 놀랍습니다. 무언가를 작위적으로 만들어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솔직한 마음을 쓴 글은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바로 그러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홍여은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자질이 엿보입니다.
이번 대회의 대상 수상자인 김승욱 학생과 홍여은 학생은 각각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입니다. 어린이가 어린이다운 마음을 잘 담아낸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몇 년간 이 대회에 참여한 심사위원으로서 학부모님들께 한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엄마 아빠 눈에 자녀들의 글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린이들이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도록 북돋아 주십시오. 어린이다운 마음이 오롯이 표현된 글이 훨씬 더 좋은 글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큰 슬픔이 아직도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맑디 맑은 마음이 드러난 글을 읽으면서 희망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푸른 인천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의 글이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찼던 시간을 지나온 모든 이에게 자그마한 위로와 치유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수상한 모든 학생에게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조현우(인천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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