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식 칼럼

대한민국 경찰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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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연구소장
여전히 범인 체포로만
직무수행 다했다고 한다면
경찰 이미지개선 기대 어려워
국민들 범죄피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제일 먼저
구해주는 수호자 돼야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를 보면,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되어있다. 여기서 국민이라 함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그리고 나머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을 포함하는 개념일 것이다. 그런데 경찰관직무집행법과 동법 시행령을 보면, 가해자 체포 및 관리·보호 등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같은 국민인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규정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결국 법령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상 규정된 법령조항은 아예 없는 것이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2010년 범죄피해자보호법의 전면 개정과 2011년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제정으로 그나마 겨우 피해자를 지원·보호하기 위한 근간이 마련되었다고 보여지는데, 이 법률 규정을 보면, 법무부장관이 중심이 되어 검찰내에 설치된 범죄피해자지원법인 등에서 범죄피해자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범죄사건이 발생한 후 최초로 피해자를 만나게 되는 경찰은 법령상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근거가 부족하고 예산도 없으며, 지원 전담부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도 할 말은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범인 체포에도 인력이 부족한 판에 무슨 피해자보호까지 담당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고, 범인검거가 바로 피해자보호를 위해 최선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생각해볼 것이 있다. 범죄사건이 발생하면 범인검거를 위해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공무원이 경찰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충격적인 범죄피해사건에서 위기에 빠진 자신들을 구해줄 가장 믿음직하고 의지하고 싶은 공무원은 당연히 경찰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찰을 바라보는 피해자들의 시각은 어떨까?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서 경찰이 잘못된 초동수사를 해서 장기미제사건이 되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너무 이상하다. 범인체포를 위해서 가장 고생하는 경찰에 대해 오히려 피해자들의 불신과 분노가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기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실 범죄피해자들이 감사해야 할 경찰에 대해 불신과 분노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이렇다. 범죄피해를 당하는 순간 지금까지 우수한 경찰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성실히 세금내고 월급주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지위는 한순간에 초라하게 동정받는 대상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피해자는 범죄피해를 예방해주지 못한 경찰에 대한 원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고, 그래도 범인체포를 위해 노력해주는 경찰을 지켜보면서 신뢰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범인체포가 더디거나 아예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하기도 하고, 범인이 체포되더라도 오히려 피의자 인권보호에만 경찰관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오해가 생기게 되며, 그래서 경찰관에게 물어봐도 피해자에게는 사건진행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지도 않는 경찰의 태도에 어느 순간부터 분노를 느끼게 되고, 그 후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모순된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역시 경찰도 할 말은 있다. 범인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간혹 피해자들의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거나 그런 사실관계를 몰라서 피해자가 착각한 것인데,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 경찰관들은 피해자들을 일부러 피하거나 만나는 것조차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착각하지 않도록,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사건수사에 대한 정보를 피해자에게 충분히 제공해주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것은 정보 보안을 내세워 주저하는 것일까? 보안이 필요한 정보는 양해를 구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건정보에 대하여 답답해 하는 피해자들에게 성실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최근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안한다. 잘 생각해보자. 국민이 원하는 경찰은 포돌이처럼 포근하고 믿음직한 이웃집 아저씨상이다. 그런데 여전히 경찰이 범인체포로만 직무수행을 다했다고 말한다면, 앞으로도 경찰의 이미지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13만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경찰은 국민의 수호자이어야 한다. 선량하게 살아온 국민들이 범죄피해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그리고 피해를 당했을 때, 제일 먼저 안전하게 구출해주는 안전지킴이로서 경찰의 역할을 국민은 진심으로 기대한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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