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특별기고]원융회통(圓融會通)의 시기(時期)

KakaoTalk_20170516_100735067 (1)
종연 스님 수미정사 경인불교대학회주·(사)미추홀공덕회 이사장
"다른 목소리 두 마음이 대치하는 광화문 광장. 우리를 갈라놓은 건 대체 누구일까요? 태극기를 들고 나온 할아버지가 촛불 든 손녀딸에게 목도리를 건네주던 어느 광화문의 밤. 차디찬 광장에도 봄은 찾아올 겁니다. 그땐 우리가 각자의 일상에서 지친 몸을 뉘이면서 따뜻한 저녁을 맞이할 수 있겠죠…. (MBN TV '판도라상자' 3회 진행자 에필로그에서)"

지난겨울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진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MBN TV 프로그램 '판도라 상자'진행자의 맺음말입니다. 촛불과 태극기, 보수와 진보, 신세대와 쉰세대간 대립과 갈등의 모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잔상(殘像)입니다. 갈등(葛藤)과 반목(反目)의 와중에서 어제의 야당(野黨)이 오늘의 여당(與黨)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누군가는 우려로 또 누군가는 기대로 지금도 갈등과 반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과 밖', '좌(左)와 우(右)', '보수(保守)와 진보(進步)', 여당(與黨)과 야당(野黨)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분별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정해 놓을 때 분리되는 그림자와 같은 대칭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위치에 따라서 정해지는 여환가유(如幻假有)한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변화를 거듭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현상들은 각각의 원인과 조건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작용하면서 끊임없이 생겨나고 변화하는 무상(無常)한 것이고, 고정된 실체가 없는 무아(無我)한 것입니다. 일체 존재하는 모든 법이 무상(無常)임을 알면 애착할 일도 집착할 일도 없고. 무아(無我)임을 알면 이렇다고 내세울 '나'가 없게 됩니다. 갈등이나 대립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체의 것이 있다고 하는데서 시작됩니다. 자의식(自意識)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랑한다, 미워한다, 나는 있다, 이것은 내 것이다 등등의 소유인식은 그 연장선상에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우리가 있다고 보는 것은 인연의 끈에 잠시 있을 뿐입니다. 인연에 의해 잠시 존재하게 되는 이유 또한 공(空)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의 슬픔이나 기쁨, 미움이나 성냄, 성공과 좌절 등 일상사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감정들도 인연에 의해 잠시 일어난 것에 불과하고, 그것의 실체는 텅 비어서 없습니다. 공(空)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현상에서 한순간의 감정을 만나면 영원히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집착하고, 그리고 괴로워합니다. 하루아침에 대립과 갈등 일체의 감정을 다 지워 버리기는 어렵겠지만 존재의 실상이 본래 텅 빈 공(空)의 상태임을 인식하고,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법을 깨치는 언젠가는 자상(自相)과 서로 의존하고 상부상조하며 공동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공상(共相)을 무애자재하게 관찰하는 지혜(妙觀察智)를 얻게 될 것입니다.



불교는 자비(慈悲)의 종교입니다. 자비심은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며 끊임없이 교감하고 공감하는 마음입니다.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헤아려 공감하고 배려하면 바르게 보고 바르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르게 볼 수가 없습니다. 자기중심주의로 행동하기 십상입니다. 자비심이라는 마음자리엔 나와 같은 당신들이, 당신과 같은 내가 서로 어울림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자비심의 실천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명제라 하겠습니다. 어느 하나만을 내세우지 않고 상생과 어우러짐, 조화와 균형, 혼동이 아닌 질서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대립을 지양하고, 아름다운 질서형성과 서로의 화합을 지향해야하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시기입니다.

참이 거짓을 이기는 사회, 상식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 협력과 동의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기대해봅니다. 모든 이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롭기를 염원해 봅니다. 모든 이가 삶을 지혜롭게,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 붓다로 살기를 서원해 봅니다.

/종연 스님 수미정사 경인불교대학회주·(사)미추홀공덕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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