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식 칼럼

[이남식 칼럼]징벌적 손해배상

기업이윤 위해 사회적 책임 망각
거짓말 일삼고 다시 영업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낙인찍히게 될 것
징벌적 피해보상제 서둘러 확립
개인·사회적 피해 보상받도록
개헌과 맞물려 심사숙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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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 창학위원장·국제미래학회 회장
최근 미국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는 '검은 돈'이란 일련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1970년대 1천700만대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불과 3만8천대를 팔던 폭스바겐이 전세계 제1의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하기 위해 가솔린 엔진 대신 디젤 직분사 TDI엔진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했다. 디젤엔진의 문제는 연비는 좋으나 미세먼지와 질소화합물을 배출하므로 가솔린 차량에 비해 공해를 많이 배출하게 된다. 따라서 벤츠나 BMW와 같은 회사에서는 요소수를 이용해 공해를 저감시키는 장치를 달았으나 기술특허의 문제와 20ℓ 요소수 통이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 폭스바겐에서는 배출가스를 다시 태워서 공해물질을 저감하는 방식을 채택, 자신들의 엔진은 클린디젤로 가솔린엔진 보다 공해 물질을 덜 낸다고 오랜 기간 캠페인을 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게 됐고 결국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환경단체에서 디젤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공해 배출이 적음을 보여 더욱 많이 사용토록하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기치 않았던 결과를 얻게 된다. 즉 주행 중에 폭스바겐의 TDI엔진은 알려진 것보다 40배나 많은 질소화합물을 배출해 공기를 오염시키고 스모그를 생산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결국 오랜 공방을 통해 공해를 저감시키는 장치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실제 주행이 아닌 공해측정 장치 위에서 측정 될 때에만 작동하도록 (즉 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검사 모드로 인식) 해 여러 가지 환경인증을 통과하는 조직적인 범죄를 장기간에 걸쳐 범했다. 1천100만대가 넘는 차량에 이런 TDI엔진이 장착돼 판매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이후에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 중 약 20만대에 해당 엔진이 장착돼 그간 우리 사회에 입힌 폐해는 엄청나게 크다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폭스바겐에 대해 구매자나 연방정부 차원의 소송이 진행돼 중고차로 판매할 수 없게 된 약 40만대의 구 차량을 폭스바겐이 다시 구매해 현재 미국의 여러 항구나 사용하지 않는 대형경기장 주차장에 이를 모두 쌓아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5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미 정부에 내면서 소송을 마무리하는 등 미국에서만 총 17조9천억원에 달하는 징벌적인 배상을 실시했다. 폭스바겐이 미국의 피해고객과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액으로 1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조9천억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0L TDI 디젤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차량소유자 47만5천명 전원에게 일단 대략 591만원에서 1천100만원까지 배상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징벌적 배상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피해자들에게는 거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미국과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리적인 피해를 단지 보상해 주면 되는 피해보상제도로 말미암아 미세먼지로 시달리는 사회 전체적인 피해에 대하여는 대상 기업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단지 수십억 원의 과징금이나 해당 제품에 대한 인가 취소 정도가 이뤄졌을 뿐이다.

올해 들어 폭스바겐은 다시 신차를 들여다 판매를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사회적 보상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원천적으로 문제를 고치고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일과성으로 문제시하다가 곧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사건 이후 연안여객선의 안전이 실제로 개선됐는지 또는 화물 적재 시 제대로 결박을 하는지, 선체에 대한 불법적인 증·개축은 없는지 똑똑히 따지는 사람은 별로 없이 잊혀져 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검은 돈'에서는 폭스바겐을 인류에게 두 번 독가스를 마시게 한 기업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미국의 포드자동차를 벤치마킹해 독일 국민 모두가 탈 수 있는 국민차로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한 연구기관을 통해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피험자에게 노출시켜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생체실험 계획이 발견돼 두 번의 가스 흡입 사건을 알려주고 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거짓을 일삼은 기업이 아무런 반성이 없이 이 땅에서 버젓이 다시 영업을 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망각하는 사회로 국제사회에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러 차례 입법했으나 번번이 대륙법체계에 맞지 않는다하여 실패한 징벌적 피해보상 제도를 하루 속히 확립하고 개인의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피해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 개정과 맞물려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남식 수원대학교 제2 창학위원장·국제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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