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이름만 남은 송도유원지 "잘 부탁합니다"

오랜 기간 인천 랜드마크로 폐장후 지명만
옥련동·동춘동 식당가 음식특화지구 추진
아트플랫폼·문화마을 등 '도시재생' 시도도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 후 부지 변모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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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택시) 기사님, 송도유원지 부탁합니다."

일을 끝내고 출입처 관계자 등 지인과 저녁을 먹을 때가 있다. 신문사는 업무 특성상 일반 직장보다 퇴근 시간이 늦다. 신문 제작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벌주가 기다린다. 폭탄주 2~3잔은 훅 들이켜야 한다. 다 같이 술을 마시고 함께 취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술 문화다.

점심이 아닌 저녁을 먹자는 것은 양이 많든 적든 술을 마시자는 얘기다. 그래서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 남동구 구월동, 미추홀구 관교동, 중구 신포동, 연수구 옥련동·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 등지에서 만날 때가 많다.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 주변에는 음식점이 많다. 택시 기사에게 "송도유원지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어디를 가자는 얘기인지 대부분 안다. 2011년 9월 문을 닫은 송도유원지를 가자는 것은 아닐 테고. 택시 기사가 "어느 식당으로 가면 됩니까"라고 물어본다.



송도유원지는 오랜 기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구실을 했다. 특히 송도유원지에 조성된 인공 해수욕장은 인천의 자랑거리였다. 인천 시민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회사 체육대회와 야유회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해수욕장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었고, 서해와 송도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관람차는 색다른 즐길 거리였다. 코끼리 공연장이 있었는데, 코끼리 네 마리가 송도유원지를 탈출해 경찰과 소방관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송도유원지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폐장했다. '해수욕장 물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했던 송도유원지 자리에는 중동 국가 등 해외로 팔려나갈 중고차들만 빼곡히 들어서 있다. 송도유원지는 이름만 남은 처지가 됐다.

외국인투자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해외 본사에서 손님이 오면 옛 송도유원지 주변 식당에서 음식을 대접한다고 했다. 옛 송도유원지 주변에 고급스러운 맛집이 많기 때문이다. 이 외투기업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옥련동 식당가 일대가) 왜 송도유원지라고 불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송도유원지도 없잖아요." 인천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옥련동 식당가 인근에 유원지가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얘기다. 그는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처럼 식당가에 이름을 붙이면 좋을 것 같다"며 "옥련동·동춘동 식당가를 특색 있는 거리로 꾸미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듯싶다"고 했다.

인천 연수구는 옛 송도유원지 일대인 옥련1동과 동춘1동 음식점 밀집 지역을 음식문화특화지구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송도유원지가 문을 닫으면서 식당 수는 줄었지만, 격식을 갖춰야 하는 모임이나 가족 행사,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옥련동·동춘동 식당가보다 좋은 곳은 없다. 다양한 음식점이 몰려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연수구는 옥련동 식당가 인근에 있는 유휴 시설인 가천인력개발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연수아트플랫폼'(가칭)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연수아트플랫폼은 문화예술인, 학생, 청년, 주민 등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유 문화예술 플랫폼 기능을 하게 된다. 연수구는 연수아트플랫폼 주변에 체험·전시장, 공방·작업실 등을 만들어 이 일대를 '예술인 문화마을'(가칭)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옛 송도유원지 주변에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이 시도되는 것이다.

옛 송도유원지 부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송도유원지 자리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고차가 떠난 후 옛 송도유원지 부지가 어떻게 변모할지 궁금하다. 유원지 기능을 되찾을지, '송도유원지'라는 이름마저 사라질지.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인천시와 연수구의 몫이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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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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