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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경기]한세대 '파업 22주차'… 학교 정상화 가능할까

세습경영 현실화… 탈출구 안 보이는 '갈등의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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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대 캠퍼스 곳곳에는 김성혜 총장의 장기집권과 김 총장 일가의 세습경영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비정규직 계약해지·임금협상교섭권 노무법인 위임 등 '최악'
지역공동대책위 구성 등 대학 안팎서 구조적 폐단 문제삼아
장기집권 총장 건강악화 이유 '이사회 합류' 아들 보폭 넓혀

한세대학교가 장기간 내홍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 계약해지 사건과 임금협상 결렬로 촉발된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오랜 시간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조는 지난 3월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고, 어느덧 15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학교 정상화를 위한 길은 멀기만 하다.



■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지난 2018년 7월 창립총회를 거쳐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세대학교지부가 설립됐다. 두 달 뒤 열린 노조 출범식에 참석한 김성혜 총장은 당시 "전국에서 노사관계가 제일 좋은 대학으로 만들겠다"며 대외적으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무색할 만큼 노사 관계는 줄곧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단체교섭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한 협상에만 수개월이 지체됐고,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협약 이행에 관한 노사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 한 비정규직 교직원의 계약해지 사건이 불거지며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달았고 임금협상 테이블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급기야 지난 3월16일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전면 파업은 두 달 만에 임시 중단돼 현재 직원들은 업무에 복귀한 상태지만, 아직도 이들은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가 투쟁을 외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학교측의 노조 불인정이 현 사태의 신호탄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0년의 오랜 준비 끝에 어렵게 노조가 정식 출범했으나, 학교측은 상생과 협력의 파트너이기에 앞서 '눈엣가시' 취급을 했다. 노조 출범 이후 2년간의 갈등과 파행은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교직원은 "김 총장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존재 이유를 부정한다. 신뢰는 애초부터 없었고 모든 원인은 거기서 비롯됐다"며 "노조를 탄압하고 해산시키는 게 목표인 자와 무슨 대화가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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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세대 노조 제공

■ 신뢰 잃은 노사… 출구가 없다

노조는 줄곧 학교 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 총장은 단체협약 체결식에만 잠시 얼굴을 비친 게 전부였을 뿐, 그간 노사 간 협상 과정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화와 소통을 기대하며 전향적 자세를 촉구해 온 노조의 외침에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양측의 신뢰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학교측은 민감한 인사 문제로 노조와 수차례 파열음을 일으킨 데 이어 급기야 외부 노무법인에 임금협상 교섭권을 위임하며 갈등은 증폭됐다. 수개월에 걸쳐 합의를 이룬 단체협약과 임금교섭안은 사실상 총장의 오더를 받은 노무사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노조 출범 이후 쌓아 온 공든 탑이 학교측의 무성의로 인해 한순간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한세대 교직원의 급여 수준은 전국 대학 하위 평균에 속하며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학교들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6년째 동결된 임금의 인상과 함께 이들이 요구한 부분은 호봉제로의 전환이다. 총장의 입맛대로 급여가 책정되는 현 연봉제는 총장의 독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줄 세우기'를 가속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와 노조 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임금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학교의 구조적 폐단을 문제 삼는 단계로 전환됐다.

교직원들의 목소리에 교수노조와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 학교 구성원들도 힘을 보태며 학교의 부조리에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 내 시민단체를 비롯해 인근 기업 노조 등으로 구성된 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지역사회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이 공통으로 외치고 있는 건 '학교 정상화'다.

하지만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파업 22주차를 맞았으나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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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세대 노조 제공

■ 학교 정상화의 걸림돌은

김 총장은 20년째 총장을 역임 중이다. 장기집권은 자연스레 학교법인 이사회의 장악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1년 전에는 자신의 셋째 아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며 권력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건강상의 이유로 현재 김 총장이 더 이상 총장직 수행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남 조승제 이사의 활동 반경은 점차 넓어졌다. 우려했던 세습경영 의혹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총장의 독주 체제가 그의 아들에 의해 고스란히 대물림될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관해 김 총장의 남편이자 법인 이사장을 역임한 조용기 전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지난 7월 17일 자신의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추대하고 교회가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는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 발표 이후에도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래 권력인 조 이사를 비롯해 과거 김 총장 주위에서 권력을 향유했던 자들이 여전히 강하게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조합원은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백번씩 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무기력감과 자괴감, 불안함이 점점 지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고 굴복한다면 또 다시 어두운 과거를 답습하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아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세대는 장기집권, 세습·족벌경영의 꼬리표를 떼고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까.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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