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경기도는 조사를 멈추고 철수하라"

감사관·경찰·검사 직무는 공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보복·표적'이 붙으면 심각해 진다
대상자 '극단적선택'도… 남양주사태 보며
4년전 '李지사의 주장' 반추… 낯설고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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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위원
조사·수사·감사는 공익을 추구한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감사관은 나라 곳간이 새는지, 탐관오리가 없는지 눈을 부라린다. 검사의 녹슨 칼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표적'이나 '보복'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문제가 생긴다. '청부'는 더 심각해진다.

수년 전 수사를 받던 대기업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정권의 적폐수사 대상이 된 전직 군 장성은 검찰청사에서 몸을 던졌다. 피의자가 억울하다며 격하게 반발하거나 최악을 택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법을 고치고, 사람을 바꿔도 수사나 감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은 좀체 불식되지 않는다. '왜 나만 갖고 그래'란 말은 그래서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광화문 광장 천막에서 일주일 넘도록 단식농성을 한 적이 있다. 2016년, 성남시장 시절이다. 그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두고 지방자치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때마침 경기도의 특별감사, 검찰의 승마장 인허가비리 수사가 이어졌다. 막사로 간부들을 불러 "부당한 감사와 수사에 응하지 말라"고 하명(下命)했다. 지방자치 죽이기에 항거하자 정부가 행정력과 검찰을 동원해 압박한다는 거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달 경기도 조사반에 "조사를 멈추고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장에 피감기관장이 난입한 초유의 사태다. 도는 11월 중순부터 3주간 일정으로 시와 산하 공공기관에 특별조사를 벌였다.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사업자 선정 불공정 행위 등 대상이 폭넓다. 조 시장은 조사 후반까지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며 "보복 감사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 지사는 "불법행정과 부정부패 청산에 여·야나 내 편 네 편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부정부패 의혹은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했다. 잘못이 없으면 감사를 거부할 필요도, 방해할 이유도 없다는 거다. 도청 감사관도 당위성을 강조했다. "공공감사에 대한 법률 등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재난지원금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했다. 그런데 수원·부천·남양주시는 현금을 주기로 했다. 도는 끝까지 버틴 수원과 남양주에 특별보조금을 주지 않았다. 남양주엔 열 차례가 넘는 감사와 조사가 이어졌다. 경찰은 도시공사 임원 채용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조 시장을 검찰에 넘겼다.

수개월 이어진 감사와 수사에 시 공직자들은 초주검이 됐다. 비서실 간부는 격려금으로 줘야 할 상품권을 빼돌린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지역은 두 쪽이 났다. 정치권 인사들에, 지역 단체가 합세하면서 갈등과 분열은 증폭됐다.

민주당 시의원과 지역 국회의원은 조 시장을 비판한다. 당당하게 조사를 받으라고 윽박질렀다. 조 시장과 같은 당에, 정치적 동지들이다. 그렇다고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니다. 유불리를 따져 세(勢)가 몰리고, 구심력(求心力)이 커지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시청 광장엔 꽃이 피었다. 수백 개 화환과 화분이 늘어섰다. 일부 시민과 조 시장을 지지하는 쪽에서 보냈다고 한다. "시장님 힘내세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는 격려 문구가 쓰여 있다. 보이는 여론과 바닥 민심이 늘 같은 순 없다.

코로나에 놀란 감사원은 문을 잠갔다. 사헌부 관리는 모처럼 한가하다. 특명이나 중대 사안이 아니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 시국에 도는 비대면 지침을 뭉개고 100리 길을 달려 감사장을 꾸렸다. 뭐가 그리 중하고 급했을까. 증거인멸에 도주라도 한다는 건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이 지사가 남양주를 찾았다. 마지막 합동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유권자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불과 2년이 지났을 뿐인데 같은 당 동지(同志)가 적으로 돌아섰다. 조 시장이 주장하는 '부당 감사'는 이 지사가 정부에 한 말과 다르지 않다. 4년 전 '부당한 탄압을 한다'며 곡기를 끊고 농성을 한 '피해 호소인'이 '가해 의심자'가 됐다. 이 괴이(怪異)한 사태를 지켜보는 게 낯설고도 당혹스럽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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