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보수에게 과거와 단절할 용기는 있는가

4년전 '朴탄핵' 이후 거칠게 없었던 文정권
작금도 절차 무시 독주와 오만 계속되는데
견제할 제1야당은 '탄핵사과 분열'등 무기력
책임정치의 부재 탓… 발상 전환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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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4년 전 12월 9일 국회는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다음 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그를 파면시켰다. 그리고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권은 거칠 것이 없었다. 제1야당은 이후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지난 4월의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궤멸적 참패를 감수해야 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은 물론이고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여권 독주의 대척에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제1야당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권 초기 보수야당이 절대적 열세에서 벗어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작금의 더불어민주당과 집권세력의 절제를 잃은 듯한 윤석열 찍어내기는 국민의힘의 빈사상태를 반전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기저효과에 힘입어 집권하고 지지율 상승을 구가했듯이 이번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으로 인식되어서가 아니라 집권세력의 오만함이 지지층을 떠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강력한 견제세력과 대안정당의 가능성을 보이려면 당에 대한 일반의 비호감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발은 당연히 박근혜 탄핵 사과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사과를 결행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사과는 당내 친박에 의해 훼손됐다. 사과하면 당이 분열된다는 이유를 댄다. 군색한 변명이다. 대국민 사과가 김종인 개인 사과로 전락하면서, 민주당을 이탈한 유권자가 국민의힘에 마음을 줄 수 없는 '탄핵의 강'은 그대로 남았다.

절차를 무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징계 작업과 무리한 공수처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퇴행이 그치지 않는다면 보수세력의 단합과 중도층으로의 확장은 불가능하며 여권의 독주는 명분을 얻는다. '현 집권세력만큼 야당 복이 있기도 어렵다'는 비아냥은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극우 태극기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시대적이고 반역사적 세력과의 암묵적 동행에 당의 운명을 내맡기는 정치적 감수성의 부재는 한국정치를 퇴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제1야당의 무력함이 여당의 독주와 오만을 가능하게 하고 아직도 친박의 그늘을 거둬내지 못하고 탄핵 사과를 알량한 기득권의 손상으로 치부하는 세력의 반역사성이 허약한 야당을 결과하고 있다.

헌법 절차에 따른 국정농단 탄핵에 대해 국민앞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제의(祭儀)는 부끄러운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의 담지자로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의 의식 한편에 남아있는 제1야당에 대한 막연한 비토의 정체는 탄핵을 정리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책임정치의 부재다. 정치적 변곡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야당은 여권의 거친 세몰이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정치세력으로서의 당당함은 역사를 직시하고 헌법을 중시하는 법치주의에서 나온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를 통하여 목적을 달성하려 하기 때문이다. 집권당과 제1야당의 양당 체제에서 일방의 허약은 타방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권력은 절제를 잃게 된다. 자제의 규범을 상실한 세력은 권력의 속성상 자신들만의 논리에 갇히고 진영논리는 그 구성원들의 자기검열에 의해 더욱 강고해지는 법이다.

임기 말로 갈수록 집권당의 레임덕은 한국 대통령제의 숙명처럼 다가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흔들리지만 역대 정권과 달리 아직도 지지율은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상황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은 국민의힘이 져야 한다. 국민의힘이 탄핵을 그저 잊혀질 일 정도로 여기고 탄핵 사과가 보수를 분열시킬 수 있다는 착각과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권의 독주와 오만의 토양은 공고해진다. 10년 주기의 정권교체론의 폐기 여부는 보수야당에 달렸다. 과거와 단절할 수 있는 용기와 발상의 전환만이 보수가 살 길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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