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최저임금의 역설

소웰 교수, 인상될수록 청년희망 감소 우려
최저임금제, 인권문제와 직결돼 당위성 커
사회적 약자 보호하기위해 만든 제도 불구
되레 노동시장 진입 어렵게 해 조심스러워


이한구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만행(萬行)은 스님들이 안거(安倨)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를 주유천하를 통해 점검하는 수행법이다. 음력 4월15일에 시작하여 7월15일에 마치는 하안거(夏安居)와 음력 10월15일부터 이듬해 1월15일까지의 동안거(冬安居)가 있는데 수행자들은 이 기간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수행에 정진한다. 선승(禪僧)에게 만행은 중생제도를 위한 필수코스인 것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하안거(?)를 끝낸 대학가에도 만행의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21학번 새내기들의 환속(還俗)에 대한 기대는 더 크다. 한 마리 새처럼 무한한 창공으로 마음껏 날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자유를 누리기에 제약조건들이 많아 비교적 접근이 쉬운 단기 일자리를 찾는다. 인턴십을 통해 미리 사회경험을 쌓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것이다. 학비를 스스로 벌어보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새내기일수록 알바 자리 얻기가 더 힘들다. 장기 내수부진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비숙련 노동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임시·일용 근로자는 499만5천명으로 1년 전(579만명)보다 79만5천명(13.7%) 줄었다. 이들 가운데 20대 임시·일용근로자는 99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21만1천명)보다 21만4천명(17.7%) 감소했다. 줄어든 임시·일용직 4명 중 1명은 20대로 추정되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5만8천명이나 줄었다. 통계청은 "숙박·음식점업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도소매업, 이·미용업,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 개인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1986년에 최저임금법이 제정되고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1988년 1월부터 시행했으나 당시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최저임금액은 점차 증가했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다가 노무현 정부의 노력으로 2008년에 인상률을 8.3%로 크게 올렸으며 문재인 정부 취임 초인 2018년에는 무려 16.4%나 인상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 말의 6천30원에서 금년에는 8천720원으로 4년 만에 2천690원 인상됐다.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생활급(生活給)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역대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이명박 정부(2009∼2013) 5.2%, 박근혜 정부(2014∼2017) 7.4%, 문재인 정부(2018∼2021) 7.7% 등이다. 절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최저임금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 수준이나 제도가 달라 최저임금액의 실질가치에 대한 정확한 국별 비교는 곤란하다. 대신 각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맥도널드의 대표상품인 빅맥버거 가격으로 비교해보면 호주에서는 1시간 일해서 벌은 돈으로 빅맥 3개를 살 수 있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9.84호주달러(약 1만7천461원)로 세계 2위이다. 세계 1위는 스위스 제네바로 시급이 2만9천원이다. 영국과 일본은 1시간 시급(時給)으로 빅맥 2개 이상을 구매할 수 있어 세계 3위와 4위에 랭크되었으며 한국은 1.89개 구입이 가능해 5위, 미국은 1.2개로 6위이다. 그러나 미국은 주(州)에 따라 최저임금 시급이 달라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주목되는 것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복지천국에서는 최저임금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이자 성전환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거듭난 디드러 매클로스키 미국 일리노이대 명예교수는 최저임금제가 청년, 여성 등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경고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미국 스탠퍼드대의 토머스 소웰 교수는 미국 흑인 노동자들의 사례연구를 통해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경력이 일천한 청년근로자들의 희망사다리 접근기회가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제란 진보적 노동개혁의 독이 든 성배'란 토머스 레너드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주장은 압권이다. 전 세계 대다수의 노동경제학자들도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인권문제와도 직결되어 당위성이 크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비숙련 청년들과 여성, 장애인 등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조심스럽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