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대통령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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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이제 차기 대통령선거까지는 불과 9개월이 남았다. 집권을 꿈꾸는 대선 후보들이 여야를 통틀어 2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여느 대통령 선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우리 사회의 운영, 진로, 대안, 나아가서 이른바 시대정신이나 그 실현의 방식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단순히 정치적 권력만을 원할 수도 있고, 새롭게 고양된 국가와 국민을 만들기 위하여 헌신할 수도 있지만 상호 중첩되어 있는 상황에서 쉽게 판별할 수는 없다. 존경할 만한 자질도 무용할 수 있고, 권력의지만으로는 국민에게 무의미하기 마련이다.

대선 후보들은 먼저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중적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등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원들의 지지를 동원하는 한편 교수, 언론인, 전직 관료 등 전문가들을 폭넓게 동원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드러냄으로써 유권자 대중의 관심을 유도한다. 이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거나 장차 정치인 혹은 임명직 관료를 꿈꾸고 있는 정치적 계급들이다. 후보들은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권위의 기반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어서 혹은 동시에 도덕적 검증과 정책적 검증이 진행된다. 각각 소속 정당과 국민 전체를 향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소 엇박자가 나기 마련이다. 당내 파벌의 소속과 충성도가 거론되기도 하고, 특정 정치적 사건에서의 대응 전력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민심과 당심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상황에서는 다소 복잡한 정치과정이 진행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장관 청문회에서 거론되는 부패비리전력, 친인척비리, 범죄경력 및 품성 등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에게 중시되는 도덕성 검증기준은 이미 기존의 인사청문회에서 현재의 여권에 의해 묵살되었던 탓에 대선후보에게도 제대로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정당 간 경쟁에 의해 후보의 경쟁력을 우선하다 보면 도덕성 기준은 형해화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국민들의 감성적인 성향과 진영논리가 횡행하다 보면 더욱 미미해질 수도 있다.



더불어 후보자 상호 간에 정책공약 혹은 지역공약 등을 주장하고 반박하는 논쟁이 벌어진다. 대국민 소통과정에서 제기된 정책적 이슈가 후보의 적합성과 준비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즉, 실제로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둘러싼 토론이 이루어진다. 그 공약들은 여러가지 쟁점을 제기한다. 그 첫째는 그러한 공약들이 시대정신 혹은 시대적 상황변화에 조응하는지와 관련된다. 대통령선거는 현재의 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적 균열구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주요 정당 간의 정치적 이념균열을 반영하게 되지만, 현재의 정치균열은 과거의 역사적 결산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향후에 전개될 사회적, 정치적 균열을 반영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 결과 지배정당 내에서도 합종연횡을 통하여 현재의 정치지형을 변경하고자 하는 후보들이 있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정당 외부에도 새로운 상황에 부응하는 후보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치제도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불리하기 마련이고, 후자들은 기존의 정치지형에 순치되기도 한다.

둘째는 그 공약들이 선거를 통하여 국민적 합의를 어느 정도 통과하였는지, 그리고 그 많은 공약 간의 내적 갈등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현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 정책 등에서 이미 나타났는 바, 국민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책을 매개로 사회경제적 체제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이른바 '행정쿠데타' 혹은 '연성권위주의'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선거는 의례적인 정치행위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체제변환을 낳기도 한다.

요컨대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주도세력들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적 선택구조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선택구조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구조가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응답하지 않고 정치엘리트 세력을 포함한 기득권집단의 이해구조를 유지하려는 주형(鑄型)일 뿐이다. 또한 집권한 정치세력들이 자행하기 쉬운 행정쿠데타의 가능성을 미리 인식하여 후보자의 개인적 성향과 더불어 그가 속한 집단의 정치적 프레임이 어느 정도 민주주의에 친화적인지, 국민들의 소망에 부응하는지를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즉 국민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너그러워야 하고 선거가 민주주의와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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