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 칼럼

[이재우 칼럼] 디지털 대전환과 융합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우리는 디지털이 대세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세상을 엄청나게 바꿀 것처럼 보이고, 메타버스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세계를 더 빨리 우리 곁에 오게 하였으며 그 어떤 세대도 경험하지 못한 대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고들 말하며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 어디어디에 투자해야 하며, 이런저런 인력이 앞으로 몇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매우 빨리 변한다. 많은 디지털 기술 중에서 진정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그 기술이 메가 트렌드로 발전할 수 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많은 미래 예측 기관에서 우리 사회를 선도할 과학기술을 매해 발표한다. 디지털 분야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미래 모빌리티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정부도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면서 관련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에 2025년까지 38조5천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이러한 막대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된다면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나라, 세계적인 기술예측기관, 국제기구에서 예측하는 디지털 기술이 서로 다르고 부상하는 기술에 대한 예측 또한 서로 다르다. 가트너는 매해 전 세계의 이머징 기술을 발표한다. 가트너의 하이프 곡선은 기술의 출현으로부터 기술버블의 형성, 거품이 꺼지고 기술의 생존 여부에 따라 매해 기술의 성장을 예측한다. 최근에 이머징 기술로 제시한 것으로 적응형 머신러닝, 개인형 5G, 시티즌 트윈, 책임 있는 AI, 매립형 AI 기술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으며 설명 가능한 AI(XAI)는 거품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가트너의 하이프 곡선을 살펴보면 AR Cloud, 나노 3D 프린팅, 엣지 AI, AI PaaS 등이 이머징하고 있는 기술이며 5G는 거품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온다. 불과 3년 사이에 하이프 곡선에 나타났던 기술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분야에서 기술의 변화가 심하고 어떤 기술이 진정한 대세를 형성할 기술인지 잘 알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기술이 미래에 크게 성장할 기술이고 어떤 기술이 반짝하고 사라질 기술인지 파악하기 무척 어렵다. 자칫 반짝하고 사라질 기술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한다면 커다란 국가적인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요즘 인공지능이 대세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관련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서 많은 대학이 비슷비슷한 인공지능 관련 학과를 만들고 정부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이 사실 반짝 인기를 끄는 기술이고 새로운 인공지능 암흑기가 도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되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생각이 맞아서 인공지능 기술의 메가 트렌드로써 작용한다면 현재 투자는 큰 효과를 볼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융합은 큰 역할을 한다. 애플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 미학, 실용성, 디자인 등의 융합은 애플의 성공을 이끌었다. 대학에서 많은 융합학과를 만든다. 과연 그들은 제대로 융합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냥 몇 개의 전공을 섞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과학기술이 발전할 때 성공한 융합의 사례들이 많이 있었다. 양자화학을 개척한 노벨화학상 수상자 라이너스 폴링은 대학원 과정에서 수학, 물리학, 화학분야의 과목들을 고르게 배웠다. 그가 양자역학이 성립하던 시기에 분자들의 결합력을 양자화학을 이용하여 그렇게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의 융합적인 사고와 그 융합사고를 뒷받침해준 주요 전공의 핵심 과목들을 다 이해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학부 전공은 화학으로 화학이라는 주춧돌 위에 수학, 물리학의 첨단 개념들을 받아들여서 융합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융합적 사고와 융합 능력은 새로운 분야가 탄생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할 때 진정한 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전공을 먼저 확고하게 확립해야 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이론 등의 기초가 더해진다면 어떠한 문제가 던져지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융합의 힘은 튼튼한 기초과학에서 나온다.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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