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언더독, 아웃사이더, 그리고 반민주주의 포퓰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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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는 그야말로 총탄 없는 전쟁이다. 온갖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심지어 정치공작까지 공공연하게 횡행하고 있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치적, 정책적 논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어설픈 도덕논쟁이 선행한다. 뒤처져 있던 언더독 여당 후보가 부상하고, 제3지대 아웃사이더 후보가 제1야당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그 전쟁은 훨씬 복잡해졌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대선 이후의 상황을 더 우려하기도 한다.

2016년 미국 국민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존중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독단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일부 미국인들이 우려한 대로 트럼프집권은 미국 민주주의의 쇠퇴를 가져왔고 그 상흔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미국 헌법이 트럼프와 같은 선동가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로 200년 넘게 견제와 균형의 매디슨 시스템은 지탱되었으며, 남북전쟁과 대공황, 냉전과 워터게이트도 이겨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정치체제가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과거 미국 사회에 견제와 균형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당 간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력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한편, 이제는 배타적 진영논리와 뿌리깊은 양극화가 이러한 정치적 자원들을 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확인하였다.


트럼프 집권 美 민주주의 쇠퇴불러
국내도 미래를 위한 대선 논쟁 뒷전
국민들 내부 주류 재생산 거부 상황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현 정권은 정권 내내 상대 정당을 적폐로 규정하고 그 청산과 개혁(?)을 고집했다. 그 결과 태극기부대와 이른바 대깨문이 주도하는 극단적인 진영갈등이 정치를 지배했다. 더불어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정책은 소득과 자산 모두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양대 정당은 그들 간의 선거경쟁결과와 무관하게 대중적 신뢰를 잃어갔다. 그 결과 여당은 비주류세력에서 자신들의 후보를 내야 했고, 야당은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해야 했다. 두 정당의 내부 주류의 재생산을 국민들은 거부하고 있다. 현재 여당을 대표하는 후보는 당의 주류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고 그에 따라 당에 대한 충성심 역시 약하다. 오히려 이 당이 추진해온 정책노선을 더욱 극단화시키는 방향으로 양극화된 대중들을 동원하고 있다. 현재 야당을 대표하는 후보는 현 정권에 의미있게 저항한 유일한 사람으로 인식되면서 제3지대에서 머물다가 입당하였다. 선거전략상 입당했을 뿐, 제1야당과 그 세력에 대한 신뢰가 약하고 현정권의 정책노선에 반하는 국민들의 지지와 동원을 추구하고 있다. 즉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거대 양당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극단적인 양방향의 포퓰리스트를 강력한 대선 주자로 끌어올린 것이다.

결국, 여야 비주류·외부 후보 영입
문제는 대선후… 정치 파국 위험성

문제는 대선 이후이다. 역사적으로 무솔리니, 히틀러, 그리고 차베스 등의 전제주의적 독재는 그들 스스로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술이 있었고, 기성의 정치인들이 경고신호를 무시하고 권력을 쉽게 넘겨주거나 정치무대에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고유한 조짐들이 있었다. 히틀러는 쿠데타에 실패했고, 차베스는 무장봉기에 실패했으며, 무솔리니의 검은셔츠단은 의회폭력에 가담한 바 있다. 비민주주의적 성향을 이미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여야 유력후보들은 이러한 사태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의회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잘 훈련된 정치인으로 보기도 어렵다. 

 

대한민국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강력한 정당체제와 당내 원로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파벌연합으로 이루어진 허술한 정당체제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잘못된 정책으로 당내 주류의 재생산에 실패했고, 야당은 그에 대한 무대응으로 내부의 후보를 만들지 못했다. 여당의 언더독 후보는 기존 노선의 급진화를 통해 양극화에 대응하는 진보적, 대중적, 급진주의노선으로 가고 있고, 야당의 아웃사이더 후보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 연합을 통해 보수적, 대중적, 급진주의 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그는 기존의 정당체제를 근본적으로 변경시키지 않고서 자신의 정책노선을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쇠퇴해오던 민주주의를 더욱 파괴시키는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있다. 그들 자신의 비민주적 선동가적 기질보다는 기존 정당체제와 현정권 5년 통치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정치지형이 이들의 선동가적 위임민주주의를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분배주의적 포퓰리스트가 경제의 파국을 가져온다면, 국가주의적 포퓰리스트는 정치의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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