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칼럼

[방민호 칼럼]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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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문학 쪽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평론가들, 작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이다.

사전에서 이 말은 이렇게 설명된다.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지기를,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 관점에서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개념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원래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을 바꾸어 보자는 주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말 표현·용어 사용 차별·편견 없게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서 사용 시작


거금 20여 년 전쯤 일본 문단 얘기를 들으니, 특정계층이나 신분에 속한 사람들, 특정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소설 작품 같은 데서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 편견이 내포된 말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표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금기시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에 확산되기 시작한 이 흐름을 필자는 1990년대 후반의 일본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인데, 2010년쯤 되자 한국문학은 젊은 문학인들을 중심으로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는 듯한 경향이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문학에서 이 말은 '문학은 정치다'라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류의 인식과 단단히 결합된다.

랑시에르는 문학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한 사회의 감성 체제를 새롭게 하고 그럼으로써 기존의 체제에서는 보이거나 말해지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나타내고 표현해 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사실주의 예술이 예전에는 재현 대상이 되지 못했던 노동자, 농민들을 예술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새롭게 해주었다는 식일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감성 체제를 부단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는 감성의 분할과 재분할을 이야기했다.

그런 것이 한국문학에서 이러한 담론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속류적' 경향과 단단히 결합한다. 본래 차별과 편견이 내포된 말이나 표현을 쓰지 말자는 데서 출발한 '정치적 올바름'이 태평양, 현해탄을 건너자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를 취하는 문학만이 바람직한 문학이라는 독특한 정치주의에 귀착한 것이다.

지난 십 년간 한국문학 평론과 소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안간힘들을 써왔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 10년 한국 평론·소설도 안간힘
대선이 다가왔는지 매일 토론·비판
문학인답게, 인생 관조해 보려한다


필자는 문학은 정치 이전이거나 정치를 함축하면서도 그것을 초극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사조들, 경향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들의 교체 과정이라기보다는 인생과 현실의 다양한 부면과 층위들에 대한 관심의 변화로 인해 나타났다고 보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또 오늘날 정치라는 말은 그 대상 영역이 부단히 확장되어 계급이나 계층 문제, 젠더 문제뿐 아니라 인류적, 지구적인 삶의 거의 모든 측면, 부면들을 망라할 지경이다. 이 모든 측면, 부면에서 '완전히' 올바르려면 얼마나 바빠야 할 것인가?

차라리 우리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올바르기는 너무나 어렵다는 자각에서 출발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도대체가 문학이란 세계에 대한 감성 분할 이상의 것, 정치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영역이다.

대통령 선거가 벌써부터 바싹 다가온 느낌이다. 매일같이 토론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문학하는 사람답게,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한다는 초조함에서 벗어나, 세상과 민심과 계절이 맞물려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찬찬히 관조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이 정치적이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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