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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출범 100일 '자치경찰'… 지역사회 변화 주역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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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갑 경기대학교 공공안전학부 교수
자치경찰이 기대와 우려 속에 전국적인 출범을 한 지 100일이 되었다. 경찰청 산하의 국가경찰과 광역자치단체장 산하의 자치경찰로 분리하여 이원화하는 안으로 추진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과 맞물린 예산의 문제와 이원화모형이 내재하고 있는 치안혼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인해 결국 국가경찰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광역자치단체장 산하에 자치경찰위원회를 두어 지역밀착형 치안사무를 관장하도록 하는 일원화모형으로 급격하게 선회하여 전국적인 시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원화모형은 자치경찰을 시행하는 근본적인 목적 중 치안력의 분권화에 방점이 있다기보다는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데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광역자치단체별 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여성안전, 교통안전, 시민중심 협의체 구성, 코로나 방역지침 관련 유흥시설 합동점검 등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을 위한 적극적인 시책을 고안하여 시행 중이다. 각 광역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러한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은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를 통해 기존의 국가경찰체제에서보다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일선경찰관들은 물론 일반시민들도 기존 국가경찰체제에서와 다른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며 치안현장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치안체제가 론칭이 되었는데도 일선에서의 치안혼선 없이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면 이는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만큼 자치경찰의 역할과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비판을 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범 100일이 된 시점에 이제 적응기를 지난 자치경찰은 향후 치안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며 치안일선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비전을 향해 나아갈 필요가 있겠다. 우리의 자치경찰제 모형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나 자치경찰위원회 권한의 실질화를 통해 분권화와 밀착치안이라는 자치경찰의 양대 목적 중 후자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틀을 갖추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자치경찰의 지역사회 밀착치안은 현시대 범죄학과 경찰학에서 범죄예방을 위해 공통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지역사회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다. 시대변화의 파고 속에서 해체된 지역사회의 전통적인 가치라 할 수 있는 주민들 간 유대감과 공동체의식을 되살려 지역사회 스스로의 비공식 사회통제를 통한 자정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을 지역사회경찰활동을 통해 견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광역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다양한 자치경찰 시책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지역사회경찰활동의 일환으로 포괄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시도경찰청, 자치경찰위원회, 일선경찰관 모두가 지역사회경찰활동을 전개하여 지역사회의 '집합효율성' 향상을 통해 지역사회의 삶의 질 향상의 주역이 되려는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며 이것을 자치경찰의 핵심역할로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경찰은 본질적으로 권위적이며 여타 행정기관 이상으로 변화와 개혁이 더딘 기관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형사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미란다원칙' 고지의무가 정착되는데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 등 적정절차준수에 집중해온 국가들에서 조차도 '강력범죄자들을 감싸고 경찰관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일'로 매도되며 반발이 심했던 수십년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면 조직변화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다. 영국에서 기원하여 미국에서 발전된 지역사회경찰활동을 일선경찰관들의 역할로 수용하도록 하는데도 1960년대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경찰의 변화를 획기적으로 이끌어 낸 것은 1994년 강력범죄통제 및 법집행법(Violent Crime Control and Law Enforcement Act)을 제정하여 지역사회경찰활동을 위해 10만명의 경찰관을 새로 채용하는 등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88억달러(10조5,290억원 상당)를 쏟아부으며 권위적인 경찰관들을 지역사회 봉사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한 미국 연방정부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결국 치안현장의 변화는 자치경찰의 비전과 더불어 정부의 예산과 지원이 뒷받침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해외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지역사회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전통사회가 경찰이 나서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유지되던 때를 기억하면서 지역밀착형 치안행정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자치경찰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역할을 통해 지역사회 쇄신의 주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자치경찰제는 현 국가경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광역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도록 한 일원화모형이라는 점에서 일선경찰관들에게 있어서는 기존 국가경찰 업무에 자치경찰위원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형태가 되어 치안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비전 공유와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 없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컨트롤타워로서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역사회경찰활동에 대한 비전 제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관련 법률보완과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조화롭게 이루어진다면 경찰과 시민 모두 치안현장에서의 변화는 물론 지역사회 삶의 질의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괄목할만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노벨상 수상연설에서 엘리노 오스트롬이 역설한 국가경찰체제보다 우월한 자치경찰제의 '다원주의를 통한 치안의 공동생산자' 개념이기도 하다.

 

/황의갑 경기대학교 공공안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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