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 칼럼] 화성(華城), 그리고 정조와 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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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우리 연구소가 수원으로 옮긴 지 2년이 넘었다. 사무실에만 나오면 바라보는 화성(華城), 화성을 바라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은 정조와 다산이다. 50년이 넘도록 다산을 연구하느라 다산의 뛰어난 작품인 화성을 수없이 찾아다녔지만, 바라볼 때마다 그 견고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을 숨길 수가 없다. 그것도 230년 전에 완공된 성인데, 그 시절에 어떻게 저런 우람한 성이 축조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정조와 다산의 위대함 또한 회고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에 모셔놓고 정조는 아버지 묘소도 보호하고 백성들의 삶에 도움을 주려고 신도시 건설을 착상해냈다. 그래서 성을 쌓아 안전하고 방어하기 좋은 장소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생각하면 거대한 토목공사를 일으키기도 쉽지 않고 성의 축조에는 탁월한 기술력이 필요한데, 그 두 가지의 해결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에 한강의 배다리 건설에 능력을 발휘해준 정약용이 있으니, 기술의 문제는 가능하겠으나 경비문제는 역시 난제였다. 그러나 추진력이 강했던 정조는 조정의 반대파들의 주장을 잠재우면서 일을 시작하고 말았다. 


상업·농업·공업·교육 등 지역 구별
백성들 삶 변화 주려는 계획 신도시
투기 등 차단 부정부패 철저히 관리


그 무렵, 다산은 아버지 상을 당해 고향 마재에서 형들과 함께 거려하면서 집상중에 있었다. 하필이면 기회도 좋았다. 선비들은 집상중에는 시도 쓰지 않지만, 예학이나 경서를 연구하는 일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걸 알아차린 정조는 다산에게 성제(城制)를 올리라는 분부를 내렸다. 머리 좋은 다산은 많은 참고자료를 검토한 뒤 화성의 성제를 임금께 올린다. 마침내 1794년 1월, 화성을 쌓는 기공식이 열렸다. 여러 사정을 감안해 볼 때 공기는 10년 정도로 보고 10년 안에는 축성을 완료하도록 했다. 그 때 정조의 아들 순조가 겨우 5세, 10년이면 15세의 나이가 되니 임금의 지위를 아들에게 양위하고 화성의 행궁으로 돌아와 상왕으로 있고 싶었던 정조의 꿈과도 연결되는 공기의 설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추숭문제를 해결해 내겠다는 뜻이었다.

정조가 궁중의 비장도서인 '도서집성'과 '기기도설'을 다산에게 내려보내 인중(引重) 기중(起重)의 원리를 강하라고 하자, 다산은 '기중가도설'을 지어 바치며 인중의 방법으로는 활차와 고륜의 작은 힘으로 크고 무거운 물건을 잘 옮기는 방법까지 연구해냈다. 기술관료 다산의 뛰어난 머리에 정조의 추진력이 합해져 1794년 1월에 시작된 공사는 2년9개월만인 1796년 9월10일 완공하기에 이른다. 허락받은 10년의 공기가 무색하게 그 해 10월9일 성대한 낙성식까지 치렀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흉년인데다 반대파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형편에서 공기의 단축에 강제노역도 아닌 노임을 주는 공사였으니 백성들은 또 얼마나 편리하던 일인가.



화성의 둘레는 5천520m로 창룡문, 화서문, 팔달문, 장안문 등 4개의 문을 비롯하여 암문, 수문, 적대, 공심돈, 봉돈, 포루, 장대, 각루, 포사 등 각종 방어시설까지 구비한 성, 아름답고 견고하기가 세상에 드문 예술작품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조의 위대함과 다산의 탁월함을 알아볼 수 있다. 정조는 애초부터 견고함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성,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이제 화성은 세계인이 찬양하는 아름답고 견고한 대표적인 성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곧 탄생하는 새정부 지도자·관료들
정조·다산의 위민정신 학습해 주길


화성은 요즘으로 보면 신도시였다. 상업, 농업, 공업, 교육 등의 지역을 구별하여 일반 백성들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도록 설계한 계획도시의 하나였다. 신도시 탄생에는 땅투기니 집값 폭등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정조와 다산의 능력은 그런 문제 모두를 철저하게 관리하여 요즘과 같은 부정부패는 끼어들 수도 없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와 탁월한 기술관료 한 사람의 업적은 역사를 바꾸고 시대를 전환시킬 힘이 있는 것이다.

저 장엄하고 거대한 화성, 화성만 자랑스럽게 여기지 말고 정조도 더 높이 기리고 다산도 더 훌륭하게 기려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곧 탄생된다. 정조와 다산 같은 지도자와 신하가 나올 것인지 지켜보겠지만, 화성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정조와 다산의 위민정신까지 학습해 주기를 바라고 싶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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