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수 칼럼

[윤인수 칼럼] 경기도지사, 정치 말고 자치할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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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6·1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으로 번지고 있다. 대선 승패는 갈렸지만 0.73%포인트라는 미세한 격차는 승리한 쪽이나 패배한 쪽 모두 개운치 않다. 5월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긍정평가는 대선 득표율 언저리를 맴돈다. '졌잘싸' 이재명은 172석 민주당을 쥐락펴락하는 '재명이네 마을' 이장에 취임했다. 미래권력 윤석열은 행정부를 장악했고, 장외권력 이재명은 입법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의 대주주다.

지방선거는 윤석열과 이재명에게 어정쩡한 대선 결과를 확실하게 자기 쪽으로 보정할 기회이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은 상승한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정권 견제의 칼날이 예리해진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의 전반기는 입법권력과 지방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에 압도당한다. 민주당이 패배하면 당이 위험해진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대선 패배 책임론까지 소환해 '졌잘싸'로 유지했던 결속이 흔들린다. 총선을 앞둔 의원들은 제 살 길을 찾아 무리무리 갈라질 수 있다. 


대선서 전국 승패 저울대 지역 된 '경기도'
道에 대한 관심 제한적이었던 후보들 대결


이처럼 살벌한 정치공학적 배경에서 경기도가 핫코너로 부상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은 경상도 광역단체와 충청권 3개 광역단체 및 강원도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전라도 광역단체와 세종·제주에서 이겼다. 수도권에선 국민의힘이 서울, 민주당이 경기·인천을 분점했다. 윤석열은 서울에서 31만700여표를 더 얻었다. 이재명은 경기도에서 46만2천800여표, 인천에서 3만4천700여표를 더 받았다. 대선이 24만7천여표의 득표차로 갈렸으니 경상도 득표율이 손톱만큼이라도 저조했거나, 충청·강원 광역 단체 한 곳에서만 실패했더라도 '윤석열 정부'는 없을 뻔했다. 경기도 득표율 차이 5.02%포인트가 대통령 선거를 뒤집을 뻔한 것이다.

1천350만 인구의 경기도는 지난 대선에서 서울을 제치고 전국선거 승패의 저울대 지역이 됐다. 지역적 특성상 당연한 귀결이다. 경기도는 대한민국판 멜팅 팟이다. 도민의 대부분이 전국에서 유입됐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인구 유입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거대한 이주 인구는 정치적 방목의 토양이 됐다. 도내 대도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 출신 여부는 중요한 공천 기준이 아니다. 안양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했던 이인제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가 재임 중 대선에 출마했다 실패한 뒤 고향 논산에서 국회의원으로 재기했다. 남해군수 출신으로 김포에서 국회의원을 했던 김두관은 경남 양산에서 국회의원을 한다. 군포에서 중진 국회의원이었던 김부겸은 대구시장에 출마했다. 안산의 중진 국회의원 천정배도 마찬가지다. 정당들은 다양한 지역의 신인들을 경기도에서 방목하고 물갈이 한다.

도민의 정치적 이익 실현 어려워질 수 밖에
중앙정치 정략이 자치 이익 훼손할까 걱정


그래도 후보의 지역 정체성이 중요한 지방선거는 달랐다. 지역 출신이거나 최소한 지역에서 키워 온 풀뿌리를 증명해야 했다. 경기도지사의 경우 조상의 원적이라도 경기도 출신이거나 경기도 국회의원이라는 경력이라도 있어야 출마가 가능했다. 그런데 20대 대선을 계기로 경기도지사 선거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민의힘에선 대구 중진 유승민과 서울 출신 성남 초선의원 김은혜 경쟁 구도로 여론의 관심을 과점했다. 민주당에선 수원 아주대학교 총장 이력이 전부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맞서 오산 5선 국회의원 안민석과 전 수원시장 염태영 등이 단일화를 거론하고 있다.



경기도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거나 제한적이었던 후보들이 대선 캠페인을 복사해 대결하는 상황이 온다면 싸움은 재미있겠지만, 경기도와 도민의 정치적 이익 실현은 어려워진다. 어제 균형발전을 주장했던 사람이 오늘 수도권 규제 혁파를 외친다면 민망한 일이다. 중앙정치의 정략이 경기도민의 자치 이익을 훼손할까 걱정이다. 경기도민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졌다. 당파와 사람보다 지역 이익을 담보할 공약에 집중하자. 지방선거는 그래도 되고 그래야 맞다.

/윤인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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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isy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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