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어떤 '자유'?

윤상철_-_기명칼럼필진.jpg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독특한 취임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들은 대부분 각 영역별 공약들로 구성되어 있던 데 반해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대한민국의 체제와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갈 보편적 가치인 자유, 인권, 공정, 연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무려 35번이나 사용된 '자유'는 이전 정부가 시도했던 헌법개정안에서 삭제되었던 표현으로 두 정부 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취임사들은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데 사용했던 공약들을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확장하였다면,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념 및 가치의 측면에서 대선캠페인의 연장 선상에 있다.

그렇다면 이 취임사의 자유란 과연 무엇인가?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헌법 전문의 영문번역에 따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 '자유와 권리'(freedom and rights), '자유와 행복'(liberty and happiness) 등에서 '자유'라는 말을 서로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통령 취임사의 다중적인 자유는 대부분 'freedom'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쉬는 곳…'의 자유와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자유마저 위협…'의 자유는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기회가 보장되어야…'는 표현은 더 근본적으로 자유를 가질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을 언급하고 있다. 


현 사회 '자유로운 시장' 기준에서
자유가 답-자유만이 답 아니라는
사람들간 격렬한 진영 갈등 만연


한국어로 똑같이 '자유'로 표현되지만 영어의 'Freedom'과 'Liberty'는 상당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Freedom은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권리로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Liberty는 지배, 권위 등으로부터의 자유이자 합법적인 권리로서의 자유를 말하며, 과거에 존재했던 지배와 억압을 암시한다. 또한 자유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조건으로 하고 다른 이들의 권리에 따라 일부 제약을 받는다. 실제로 자유권이 국가에 앞서고 국가를 초월하는 자연법상의 권리이냐, 또는 실정법에 의해 승인된 실정법상의 권리이냐에 관해서도 학설상의 대립이 존재한다. 즉, 포괄적인 권리인가 아니면 헌법이 규정하는 개개의 자유권만이 있는가가 문제된다.

천부적인 자유와 합법적 권리로서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인간과 인간, 그리고 국민과 국가 간의 문제이다. 실제로 우리 헌법에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다소 유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필요 외에도 인간은 '자연으로부터의 해방 혹은 자연의 지배로부터의 자유'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은 과학과 기술, 생산과 경제를 통하여 자연의 가혹한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일국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에 의해서도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자연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경우도 많고, 천부적인 자유라 해도 여러가지 이유로 유보되기도 한다. 또한 특정한 이념을 표방하는 국가주의로 인해 국민의 자유는 억압되기 쉽다.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억압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해 왔다. 국가공동체의 경제적 생존을 위한 국가의 억압은 발전국가, 관료적 권위주의국가, 군부권위주의 체제 등으로 나타났다. 공동체의 정치적, 주권적, 군사적 생존을 위해 천부적 자유들까지도 너무 쉽게 짓밟혔다. 자유대한의 이름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사람사는 세상'이나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도 자유를 억압한다는 사회적 저항에 직면했다. 시장자본주의가 만드는 다두제적 다원민주주의 체제는 경제적 불평등의 사회적 심화를 막아내지 못했고, 그 결과 민주주의를 가로막은 것은 반지성주의가 아니라 자유시민의 경제적 기초와 삶의 기회가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이젠 지속가능 체제로 실현 가능한
'합법적 권리로서의 자유' 확장해야


현재 우리 사회는 '자유로운 시장'의 기준에서 자유가 답이라는 사람들과 자유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람들 간에 격렬한 진영갈등을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자유를 천부적, 포괄적 Freedom으로 주장하면 서로의 자유가 마주치는 경계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 결과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는 체제로서의 안정성을 잃는다. 직전의 두 정부는 각각의 경계를 이미 시도해보았고, 스스로도 국민들도 대안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본다. 이제 우리 사회는 '천부적 자유'에 근본주의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사회체제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합법적 권리로서의 자유'를 확장해가는 데 합의해야 할 것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