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팬덤과 진영의 정치, 그리고 정치의 몰락

입력 2022-07-18 19:39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7-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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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젊은 비대위원장은 '당을 위기에 빠뜨리는 강성 팬덤 대신 국민 곁으로 조금 더 다가가는 혁신'을 촉구했다. 아마도 정치인에 대한 팬덤은 정치를 비이성화, 극단화, 폭력화 함으로써 정치 자체를 왜곡시키거나 몰락시킬 수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그가 말하는 팬덤 정치는 그 발생과 고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그 대상이 비도덕적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릇된 정책과 정치로써 국가와 국민의 파탄을 초래해도 팬덤의 정서는 가라앉지 않는다. 지지자에 대한 팬덤은 그 반대자에 대한 공격적 비난과 폭력적 증오로 나타나기 쉽다. 어느 쪽이나 비이성적 진영론으로 포장된다. 진영대립의 어느 쪽인가가 중시될 뿐 진영 자체의 정치적, 이성적 근거를 반성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더 심각한 결과는 한 진영의 팬덤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진영도 팬덤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팬덤과 팬덤의 대결은 정치와 정책을 극단화하고 대화와 토론의 민주주의를 협애화하고 타협과 조정의 정치를 타락시킨다.  


'팬덤 vs 팬덤'은 정치·정책 극단화
대화·토론의 민주주의 협애화 시켜


새로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조만간 국정운영 동력은 동요할 거라고 예견된다. 보수와 중도 유권자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야당 지지자들의 95% 이상이 '묻지마 반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된다. 그들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하기도 한다. 취임 초반의 정치적 허니문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170석에 이르는 야당은 여당의 115석을 제외한 나머지를 아우르는 의회독재조차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보다 훨씬 손쉽게 탄핵을 할 수 있다는 협박이 나돈다. 언론 역시 새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과거에도 우리 정치사에 유사한 상황은 존재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초기에 보수 정치세력과 보수 언론에 의해 조롱당하다시피 했다. 대통령 폄하가 국민스포츠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야당과 반대세력에 의한 광우병 선동으로 한때 20%대에 머무르기도 했다. 공고한 지지층이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 초기에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팬덤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지지층이 공고했던 노무현과 박근혜의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요동쳤지만 기술적 업무수행능력으로 인정받았던 이명박은 정권의 몰락을 염려할 지경이었다.

새 대통령은 독자적 팬덤에 기반한다기 보다 이전 정권에 반대하다가 정치적 핍박을 받으면서 반사적 인기를 얻어 현재의 지위에 올랐다. 야당지지자들은 새 대통령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이재명 전 후보의 좌절을 안타까워하는 정서에 동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 집권세력은 두 가지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째, 야당의 팬덤들을 붕괴시키는 방안이다. 우연히도 전임 대통령이나 야당 대선후보 모두 사법적 위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전임 대통령은 집권 시에 경쟁하는 반대 정치세력에 대해 관용적이지도 않았고, 스스로의 권력행사에 있어서 법률적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자제력이 없었다. 야당 대선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재직시에 뇌물 등 부정부패와 연루되어 있고, 대법관 매수와 변호사비 대납 등 사법권 유린의 의혹에 싸여 있다. 둘째, 스스로 팬덤을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특정한 사회세력을 동원할 수 있는 배타적 국가정책을 포퓰리즘적 수준에서 집행함으로써 그들만의 지지에 기대지만 사회를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방안이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대선 당시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사회분열 기댄채 편향 가능하지만
통합없는 두 국민 국가로 '악순환'
지지·반대자 수용 이성적 판단 필요


사법적 팬덤 해체는 정치적 반대의 동원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이지만 스스로의 정치·정책적 비전과 전략이 없는 손쉬운 방법으로서 순환적인 정치보복의 달콤한 마약에 빠지기 쉽다. 이전 정권이 스스로의 국가운영에 대한 국민적 토론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방법이기도 했다. 사회분열에 기대어 스스로 팬덤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사회통합 없는 두 국민국가를 만들어 정치적 악순환을 이어나가는 정치적 결과를 낳게 된다. 그 결과 정치적 지지는 유지할 수 있지만 극렬한 반대자들과 대결해야 한다. 지지자들과 더불어 정치적 반대자들도 어느 정도는 수용하게 되는 이성적, 합리적 정치를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인권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 등 보편적 사회가치를 이 나라에 실현해내는 첫걸음이다. 이성적이고 민주적인 국민들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과 정부'를 그나마 현실적인 수준에서 만들어낸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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