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택시 대란'과 '농막(農幕) 호구'

입력 2022-09-13 19:19
지면 아이콘 지면 2022-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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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위원
# 택시대란이다.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가 심각하다. 차가 모자란 게 아니라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 없다. 법인택시 10대 중 6대는 차고지에 있다. 코로나 창궐 이후 배달 앱에 인력이 몰리면서 택시기사들이 썰물처럼 빠졌다. 노동강도와 수입이 비교불가다. 노동시장의 급격한 수요변화에 택시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개인택시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늦은 밤엔 택시를 볼 수 없다고 아우성인 연유다.

2020년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다. '승차공유서비스를 막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차량공유서비스 '우버'가 출현한 지 10년도 넘었으나 국내에는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선보인 '타다'는 업계 반발과 정부 규제에 막혔다. 렌터카에, 기사를 채용하는 꼼수를 동원했으나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자동차가 등장했는데 정부가 마차업자 편을 든 결과다.

택시대란을 잠재우려면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 탄력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우버는 자기 차로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공유서비스다. 수요가 많으면 요금이 오르고, 공유 참여자가 늘어나 공급 부족을 해소한다. 반대의 경우 요금은 내리고 공유 차량은 줄면서 수급의 균형을 맞춘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요금 인상과 부제 해제를 검토 중이다.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고, 요금 부담만 커지게 된다. 뻔한 해법은 외면하면서 비책을 찾겠다며 엉뚱한 곳을 헤집고 있다.


수요 따라 공급 탄력성 높이는 시스템 필요
정부, 균형발전 운운 올가미 걷어내지 않아


#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6·1 지선 당시 여당의 경기지사 후보였다. 선거기간 광주 오포읍 롯데칠성음료 공장에 들렀다가 기막힌 얘기를 들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사이다를 대전으로 옮겨 보관한 뒤 다시 수도권으로 실어온다는 것이다. 공장 옆 슈퍼도 왕복 200㎞ 넘는 물류단지를 오간 사이다를 판다.



오포공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중첩규제에 막혀 40년 넘게 확장하지 못했다. 천막까지 둘러 적재공간을 넓혔으나 턱도 없었다. 코앞에 소비처를 두고도 연간 3억원 이상을 도로에 흘리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며 올가미를 걷어내지 않는다. 얼마 전 행안부 장관은 지방소멸을 막겠다며 서울 소재 명문대를 대기업과 패키지로 묶어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지독한 저출산 여파로 서울 인구가 감소하는 마당이다. 시대착오에, 권위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거세다.

# 농막(農幕)은 전답 한구석에 지은 구조물이다. 농사일 틈틈이 휴식할 때 이용하는 휴게소 개념이다. 위생적이고 편리한 원두막 개량형인데, 농막 때문에 낭패를 보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숙박용으로 지었다가 약점이 잡혀 '동네 호구'가 된다고 한다.

농막은 20㎡를 초과해선 안 된다. 조리와 숙박 자체가 불법이다. 주방과 화장실을 갖출 수 없다. 당연히 정화조 설치도 불가하다. 전엔 농업용 창고라며 어물쩍 넘겼으나 이젠 건축신고를 해야 한다. 농사용 전력이라 TV를 보거나 냉·난방기를 틀 수 없다. 불편한 건 참겠는데, 대소변은 어쩌나.

규제를 피하려는 기발한 편법이 등장했다. 푸드트럭처럼 이동식 근린생활시설로 꾸민다. 인터넷엔 호텔식 농막을 소개하는 업체들 광고가 넘쳐난다. 지자체들은 단속을 강화하고 규제 망을 더 촘촘하게 엮는다. 크기는 그대로 두더라도 편의시설은 갖추도록 해 주말에 쉬고 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주자는 의견은 깡그리 무시된다.

숨통 터주자는 의견 무시에 기발한 편법만
'규제혁신' 前정부 '규제혁파'와 다를바 없어


# 역대 정부가 규제혁파를 외쳤다. 취임 초 '규제혁신위'를 요란하게 출범시켰다. 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명박 정부는 길을 막는 전봇대를 치우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뽑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를 걷어낸 모래 상자(Sand Box)를 약속했으나 거꾸로 행보를 보였다. 규제를 없애면 새로운 규제가 자리를 채웠다.

택시문제를 '모빌리티 혁신'이 아닌 아날로그 시각으로 본다. 수도권 조이기는 40년 넘도록 변함이 없다. 농막이 뭐라고, 멀쩡한 국민을 동네 호구로 만든다. '규제혁신'이 이전 정부 '규제혁파'와 다를 게 뭔가.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역시 보잘 게 없을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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