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철 칼럼

[윤상철 칼럼] 산업화, 도시화 그리고 사회적 고립

입력 2023-02-06 20: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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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대한민국에서 '고독사'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항에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다른 나라에도 이러한 법률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독은 중대한 사회문제임이 분명하다. 고독사는 노년의 경제적 빈곤이나 청년의 장기실업 등이 낳는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형태이지만 산업사회와 도시화, 그리고 익명의 대중사회로 변모하는 현대사회에서 고독한 개인은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만은 이미 1950년에 '고독한 군중'이라는 책에서 현대적 고독을 설파한 적이 있다. 그는 시대변화에 따른 미국인의 성격변화를 '전통지향형', '내부지향형', 그리고 '외부지향형'의 3단계로 구분하고, 특히 외부지향형은 또래 집단이나 친구집단에 따라 행동하는 현대인으로 타자들에게 격리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면적으로 고립감에 번민하는 사회성으로 정의한 바 있다. 다른 맥락에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의 역사적 변환을 공동체적 '기계적 연대'의 사회에서 개인적 '유기적 연대'의 사회로 설명한다. 현대의 개인들은 인식하기 어려운 관계의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갑작스런 사회변화 극복 어려웠고
개인·자유주의 확산 분리 더 심화
스스로 대응하는 가치관·삶 갖춰야

 

산업화된 도시의 한국사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명절이면 부모와 고향을 찾아 밥상에서 주고받던 설민심이나 추석민심이 정치적 풍향을 예고해주는 시대는 이미 사라졌다. 나이 든 사람들은 부모와 고향을 잃었고, 젊은 사람들은 그보다는 같은 세대 간의 랜선과 미디어를 통한 횡적 커뮤니케이션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 집산주의적 문화가 짙게 자리잡고 있었던 한국사회에서 그 공동체적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던 개인들에게 갑자기 불어 닥친 산업화와 도시화는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여기에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분리와 고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구조조정과 해고, 그리고 퇴직 등은 경제적으로 빈곤한 장년층과 노년층을 낳고,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청년실업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독신 청년들을 양산한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사이의 갈등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 발생하면서 부모와 자녀는 각각 고립된다.

대중 속에서 해체되고 고립된 개인들은 아직 개인주의나 자유주의로 무장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물질적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에 따라 자아를 상실한 무력한 개인들은 사회적 조류에 쉽게 휩쓸리고 사회적 보호를 요청하기도 한다. 경제적 빈곤이나 정신적 공황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사회복지와 사회보호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급격하게 1인가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응은 더디고 비효과적이다. 각종 시민집단들도 도시 속의 공동체를 모색하였지만, 일부는 정치세력의 동원에 휩쓸려 들어가고 다른 일부는 과도한 정치적 무관심으로 고립된다. 일찍이 토크빌은 이른바 풀뿌리 조직이 미국민주주의의 자양분이라고 간파한 적이 있다. 현대의 사회운동 연구자들도 정치적으로 무관한 조직들이 많이 자생하는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 민주주의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저지할 수 있지만 그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시기에 종교는 도시로 내몰린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포용하고 위로하면서 지방과 농촌의 공동체로부터의 이탈을 해소시켜 주었지만, 이제는 자본주의적 기업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국가·지방단체 소외된 개개인 포용
빈 구멍 투성이 공동체 방치 안된다


산업사회의 도시인들이 사회적 고립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개인 시민들은 스스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갖춰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립되어가는 개인들을 포섭해야 하고, 사회는 소외된 소수자들까지 포용하는 공동체로서 작동해야 하며, 종교 역시 고립된 개인들을 다독이는 관심과 사회규범을 보여야 한다. 더 많은 사회적 포용기제들을 발굴해내야 할 것이다. 국가는 고립된 개인들을 방치하는 빈 구멍 투성이의 공동체일 수 없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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