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칼럼

[김헌수 칼럼] 이미 당면한 플럭스(Flux) 시대

입력 2023-02-20 19:45 수정 2023-02-21 19:23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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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
지난달 중순 美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시장의 방향 전환 기대감에 마치 찬물을 끼얹는 인플레이션 대응에 갈 길은 아직 멀다며 종전 입장을 한 번 더 강조한 예가 있었다. 이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9명 중 17명과 시장에서 늘 강경한 어조로 여론을 주도하는 매파마저도 올 하반기에 한두 차례 더 금리인상을 예측했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와는 정반대로 기준금리 인하의 시급성이 급히 부상하면서 연준마저 고개를 심히 갸우뚱하고 있다. 이달 초 美 연준은 물가 때문에 통상의 회복을 기하고자 한 차례 더 베이비 스텝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4.75%가 됐다. 유동성의 부작용인 물가를 잡기 위해 취한 조치이나 원하는 상황 반전이 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도 몇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통화긴축 조치를 취했으나, 오히려 경기침체를 촉발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된 것 같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코인의 가상시장도 불투명해 단순 이익만을 위한 투자자산으로 유턴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불확실성과 스태그 플레이션에 이어 경기 둔화마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련의 상황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의 CEO를 비롯 많은 억만장자나 심지어 2030 영끌족까지도 눈물을 삼키고 있다. 저소득층 보다는 오히려 고소득층에 더 타격을 주는 리치세션(Richcession, 부자들의 경기침체)이라는 말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 연준과 우리의 중앙은행에서 부득불 취한 기준금리의 인상이 유동성 위기를 더 야기시킨 것이 아닌가도 한다. 


미 연준·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유동성 위기 유발 경기침체 촉발
러-우 전쟁·코로나 의학신뢰 훼손


갑작스런 경기의 큰 오판에는 러·우의 영토 전쟁과 이 전쟁이 장기전이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원인도 크다. 거기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결국 스태그 플레이션으로 유발돼 전 세계 경제가 급작스런 '플럭스'(Flux, 끊임없는 변화와 혼란) 상태로, 종전과는 달리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위주의 위험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H자동차사 정의선 회장은 시무식에서 올해의 화두로 "끊임없고 능동적인 변화"를, 유통의 L그룹 신동빈 회장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라며 기존의 틀을 깨부수자는 의미를 새삼 강조했다. 우리 앞에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시대'가 도래될 것을 예견한다면서 사업계획도 쉼 없는 변화와 혁신에 대응을 주문하는 것 같다. 플럭스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표방하면서 조기에 상황 급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상하는 것 같다.

국내외적으로 시장이 플럭스의 상태라고 진단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각 기업은 시장에서 위험은 줄이고 수익의 극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달 초 미 애틀랜타연방은행 래피얼 보스틱 총재가 "앞으로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응하는 데엔 도전적인 요인으로 수요 둔화가 어느 정도 속도로 진행될지다. 노동수요 둔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가 바로 플럭스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이후의 전망이 매우 어렵다"라고 말한 것에 예의 주시해야할 것 같다.

글로벌 리더십·국제 거래질서 붕괴
위험을 효율적으로 줄이는게 최선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대혼란과 불확실성 속에 드디어 2023년 새해를 맞이했다. 코로나의 혼란 속에서 본 노골적인 패권 다툼, 경제와 무역 전쟁은 인류가 공유할 보편적 가치에 대한 국가 간 연대의 취약성을 그대로 나타냈다. COVID-19라는 이슈가 새로운 보건 위기, 의학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면서 글로벌 리더십과 국제 거래질서마저 거의 실종시켰다. 특히 미국은 금리와 환율 정책,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의 칩스법 등에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국제 사회에서도 크게 리더십을 잃게 되면서 우리 경제에 플럭스 상황을 더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연초 다보스 WEF에서 물가위기 등 글로벌 리스크에 함의가 있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도 심상치 않았다. 대변혁이 없는 한 경기 침체와 3고(물가, 금리, 환율)는 상당기간 계속될 수도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혼란,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려는 도전과 융합력의 대응도 필요하다. 지금껏 국내외적으로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플럭스 시대'에 특단으로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긴축정책으로 어려워진 서민 경제의 '냉골'만이라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안정)으로 빠른 선순환을 기대한다.

/김헌수 전략인재연구원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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