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 칼럼

[박석무 칼럼] 공정·공평이 수사와 재판의 원칙이다

입력 2023-02-27 20:3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2-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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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오늘 또 '목민심서'를 읽는다.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학자가 다산 정약용이고 다산의 대표적인 저서가 '목민심서'이니 목민심서야말로 조선 실학의 상징적인 저서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다산이 책의 저작 이유에서 '목민관'들이 읽고 백성들을 제대로 보호해주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으니, 목민관들의 행정 지침서가 다름 아닌 목민심서였다. 당시 조선시대에야 목민관은 지방의 수령들을 말하는데, 오늘로 보면 목민관은 바로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서 3부의 요인은 말할 것 없이 국가 전체의 모든 공직자들이다.

목민심서의 핵심 키워드는 '공렴(公廉)'이다. 다산은 28세 문과에 급제하고 집에 돌아와 급제를 했으니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공직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각오를 시를 통해 표현하였다. '공렴원효성(公廉願效誠)'이라는 다섯 글자의 시인데, 공정과 청렴으로 정성 바치기를 원하노라는 의미였다.  

 

인간이라면 모든 일을 공정하고 청렴하게 처리해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나, 특히 백성을 돌보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공직자들이라면 더욱 공렴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다. 모든 공직자들 중에서도 유독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는 공직자들이라면 더욱 공렴하게 업무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목민심서의 '형전(刑典)'은 그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한결같이 공정하게 해야만 한다(一出於公正 : 斷獄)'라는 표현에서 보이듯, 옥사(獄事)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공정' 아니고는 다른 길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인정머리 없는 각박한 수사 안되고
정상 참작없는 판결 안된다' 다산 뜻

수사하는 과정도 공정해야 하지만 재판의 결과도 반드시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정머리 없는 각박한 수사도 안 되고 정상 참작의 여지 없이 혹독하게 내리는 재판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수사관이나 재판관이 꼬치꼬치 밝게 따짐으로써 명성을 얻으려고 머리털을 헤치고 흉터를 찾아내듯 법률을 엄격히 적용하고 교묘하게 옭아넣어서 반드시 판결을 뒤집지 못하게 한다.(吏以察察博名 吹毫求 深文巧저 令必不得反 : 斷獄)'라는 내용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다. 수사관이나 재판관이 머리털을 헤집고 흉터를 찾아내듯 피의자를 탈탈 털고 수십 번 압수수색하는 일은 절대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옥사를 결단하고 형벌을 줄 때에는 공평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한다(決獄行刑 患其不平)'라고 할 때의 평(平)은 바로 공평(公平)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다산은 수사와 재판에는 공정과 공평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고한 뜻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공정과 공평을 잃고 어떻게 해서라도 죄인으로 만들고 형벌을 받게만 하려고 지나친 수사와 재판을 하다가는 자신이 더 불행해진다는 교훈까지 제시했다. '가혹한 관리로서 참혹하고 각박하게 해서 오로지 법조문만을 따져 그 위엄과 밝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은 대부분 뒤끝이 좋지 않았다(酷吏慘刻 專使文法 以逞其威明者 多不善終 : 斷獄)'. 명수사관·명재판관이라는 위엄과 명성의 유지를 위해 인정사정 모두 팽개치고 참혹하고 각박한 수사와 재판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그 뒤끝이 좋지 않다는 말에 깊은 뜻을 부여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바로 군사독재 시대에 없는 죄를 만들고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얼마나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었던가. 증거를 조작해내고 증인을 유도해서까지 범죄자를 만들던 그런 때를 우리는 살아온 경험이 있다. 과연 그들의 뒤끝이 좋았던가.

죄 지으면 당연히 처벌 받아야하지만
의심 단계서 확정해 놓고 꿰맞추면
문제 많아… 그래서 공정·공평 요구


오늘도 수사와 재판의 문제는 가장 큰 세상의 관심사로 시끄럽기 짝이 없다. 잘못을 저질러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처벌받고 형벌을 받아야 한다. 상식적인 수사와 재판이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의심 단계이던 피의자를 죄가 있다고 확정해놓고 죄 있음을 찾아내기 위해 가혹하고 참담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런 수사를 과연 누가 공정하고 공평하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피의자를 범죄자로 확정해놓고 거기에 꿰맞추는 수사, 아무래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된다. 어떤 피의자도 재판으로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추정을 받는다. 그래서 공정·공평이 요구된다.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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