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칼럼

[방민호 칼럼] 인구 문제, 경제주의를 넘어

입력 2023-03-27 19:46 수정 2023-03-27 22:1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3-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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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분명 인구 문제를 경제 문제에 연결시키는 방식은 5·16 직후에 정책화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예각화되었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더니,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 했다. 안 낳아야 한다는 논리가 이미 40년 전에 정식화되었다.

386세대는 군사독재의 경제성장 논리에는 분배 요구를 내세워 저항했지만 인구가 증가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맬서스 인구론적 사고법에는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요구와 함께 여성해방 사상도 함께 제출되었고, 그 시점부터 결혼 기피, 출판 기피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X세대는 경제적 풍요로움을 구가하면서도 개인의 행복이나 윤택함을 위해 자손을 포기할 수 있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한 최초의 세대였고, IMF세대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한 최초의 세대였다. 이후 88만원 세대가 뒤를 이었는데, 이는 실질임금의 저하나 빈부 격차의 역행적 확대로 인해 미래에 대한 비관이 확산되고 신념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386세대부터 IMF 세대에 이르기까지 30년 이상을 결혼과 출산에 비판적이었으므로 그들의 자녀 세대인 MZ세대, 즉 밀레니엄 세대부터 Z세대에 이르는 젊은이들에게 이 낡은 전통을 일으켜 달라 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해법 같다.

지금의 20~30대를 설득할 방법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 진출의 장애요소이자 경력 단절이며, 남성 청년들에게도 그 무거운 사회적 절차는 수행하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으로 여겨진다.  


청년층 결혼·출산 기피 해결 방법은
능률·노동집중 위주 자본주의 탈피
가족삶 향유 보장시스템 도입해야


과연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약 지금 정부가 착수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사회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일 것이다.

자본주의는 지금 진행되는 상황에 따르면 인간 생명을 유지하고 증식시키는데 끝내는 불리한 경제제도임이 밝혀지는 것 같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생산활동에 다투어 투입되어야 하고 이 과중한 노동 집중은 가족적 삶의 연장과 증식에는 치명적이다. 프랑스에서는 각종 사회적 보장으로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랍 등 외부에서 들어온 노동 이주민들만 인구를 불려가고 있다는 한탄의 소리도 들린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전복시키자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요 능률 위주, 노동 집중 위주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사회나 회사, 직장이 개인들, 가족들의 삶의 향유를 철저히 보장하는 시스템을 가히 혁명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각종 정책 결정 및 여론 조성 기관들 모두가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성찰과 혁신을 위해 당장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삶 과정에 대한 의식전환 필요
우리가 사회가 바뀌지않으면 안돼


다음으로 인간의 삶의 과정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아이는 일종의 '혹'과 같은 이물질로 인식되는 듯도 하다. 개체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할 대로 팽배한 나머지 이 완전체로서의 닫힌 개인은, 생명의 연속선상에 열린 존재로서, 불완전하게 살다 갈 뿐인, 인간 개체의 생명체적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
 

사실 선조로부터 후손으로의 삶의 연속성이 보존되지 않는다면 어떤 물질적, 육체적 윤택함과 쾌락도 근본적으로는 허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경제주의적 사고에의 철저한 반성과 재사유를 요구한다. 이것 없이는 한국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저 고대사 인식의 힘을 빌려 유라시아 여러 핏줄 비슷한 민족들과의 연합국가까지도 공상처럼 떠올리기도 해본다. 과학이 이른바 '출산 기계'를 출현시키면 이제 힘든 결혼도 출산도 가족 꾸리기도 벗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해 본다. 그러나 다 공상이요, 우리 사회가, 우리가 철저하게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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