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여주도자기축제 준비 한창인 '市 10호 도예명장' 이청욱 작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작업과 기법 창조하는 것도 도예인 의무"
입력 2023-05-09 21: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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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욱 여주시 도예명장 10호 겸 서라벌도예 대표가 그의 작업실 내 대형 가마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대표는 도예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작업과 기법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주 도자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각종 전시와 판매행사, 축제가 취소되고 지원사업도 줄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뿐이다.

3년 만에 여주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여주 신륵사관광지 일원에서 진행한다. 그동안 바깥 활동을 자제해온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올해로 35회째를 맞는 여주도자기축제의 주제는 '다시 봄, 꿈꾸는 자기들을 위해서'다.

이청욱(57·여주시 도예명장 10호·서라벌도예 대표) 도예가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번 축제에 새롭게 선보이는 도예인들의 공동 기반 시설인 '여주도자나날센터'에 쓰일 인테리어 소품인 '도자 의자' 제작에 여념이 없다.

경제 위기 때마다 생존 위협… 공동브랜드 '나날' 힘쏟는 이유
온·오프라인서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 만들기 위해 변화·혁신
주요 작품 다구·달항아리… 차 도구는 수양·명상 과정의 산물


■ 위기 속 돌파구 여주 도자 공동브랜드 '나날'




이 작가의 공방(북내면 도예촌길 17-12)에 놓인 '도자 의자'는 휘어진 직육면체다. 전통 옹기 제작기법인 떡가래 모양의 점토를 둥글게 쌓아 올리면서 넓적한 방망이로 두드려 성형한다. 항아리를 만들 때 쓰는 '타렴 기법'이다. 의자란 용도에 맞게 형태를 잡고 시유를 거쳐 가마 소성을 하면 튼튼한 내구성과 함께 은은한 밤색의 나무 빛깔을 띤 '도자 의자'가 탄생한다.

그는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총무이사직도 맡고 있다. 여주시 도자기 공동 브랜드인 '나날'에 그가 온 힘을 쏟는 이유다.

그는 "이런저런 경제 위기 때마다 우리 도예인들은 시장의 한계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연중 한 번뿐인 축제에 기대지 않고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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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과 끊임없는 연마가 이룬 '도예명장'


이 작가의 고향은 경북 경주다. 40년 전,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 경주공업고등학교 요업과를 진학한 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신라의 수도 경주는 고분도 많고 땅만 파면 각종 유물 등이 나왔다. 도자기 조각 몇 개만 출토돼도 뉴스에서 왜 난리가 나는지 어린 저는 그게 이상했다. 그래서 '그게 그렇게 귀중한 거라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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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학창 시절에는 국보나 보물급 '자기'를 무조건 모방했다. 하면 할수록 실패의 연속이었다. 흙의 제토와 토련, 물레질과 성형, 건조, 장식, 시유, 소성 등 단계별 제작 과정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제대 후 1990년 여주로 올라오면서 그의 수업 시대는 전성기를 맞는다. 그는 여러 공방을 다니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기술과 기법을 연마해 '물레 대장' 소리를 듣기에 이른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서라벌도예'란 공방을 만들었다. 이 무렵 전통 도자기가 성행했고, 2001년에 열린 세계도자기엑스포는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 심신의 안정 '다기(茶器)', 도전과 성취의 '달항아리'

이 작가의 주요 작품은 다관, 찻사발, 찻잔 같은 다구와 초대형 '달항아리'다. 이 작가는 2021년 여주도자문화센터에서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개인전 'The Function of Reason(사유의 기능)'과 2022년 개인전 '다구(茶具)'를 개최하면서 작가로서의 성취를 선보였다.

그는 "차(茶) 도구는 단순한 기물이 아닌 수양과 명상의 순간을 함께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다구를 제작할 때와 완성된 다구에 차를 우려낼 때면 심신의 안정과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항아리의 매력에 빠졌다. 90㎝ 크기의 대형 달항아리를 제작하려면 2~3개월이 걸린다. 여러 과정을 거쳐 대형 달항아리의 형태를 완성할 때의 성취감과 시유와 소성을 거쳐 나온 은은한 빛깔을 마주할 때가 작가만의 '기쁨과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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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욱 작가 달항아리. /서라벌도예 제공

■ 도자의 변화와 혁신 '여주도자기축제'


이 작가의 새로운 변화는 전통 도자기에서 현대적인 감각의 기능을 강조하거나, 다채로운 유약을 활용한 색채로 요약된다. 차 도구에서 원두커피 핸드드립용 자기 세트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그는 "유행은 늘 바뀐다. 코로나19 이후의 생활과 소비 패턴은 더 가파르게 변할 것이다. 그에 걸맞게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작업과 기법을 창조해야 하는 것도 도예인의 의무"라고 말한다.

이 작가의 변화는 현재 여주 도예산업의 혁신과 맥을 같이 하며 이번 도자기축제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 말고도 여주에는 눈 밝은 도예 애호가들을 기다리며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도예가들이 많다. 그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여주도자기축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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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개관하는 여주도자나날센터. /여주시 제공

■ 도자산업의 미래 여주도자기공동브랜드 '나날'

23일 개관 앞둔 '여주도자나날센터'
도예인 판로 지원… 창작 여건 제공


여주 도자기 공동 브랜드 '나날(NANAL)' 사업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절정이던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소공인 집적지 활성화를 위해 공모한 공동기반시설 구축사업(도자 제조업 분야)에 여주시가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사업 선정에 따라 여주 도예인들은 정부의 판로지원과 기술개발 사업 공모 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약 3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 '여주도자나날센터'(천송동 297-23)는 총면적 978㎡, 지상 2층 규모로 물류 창고, 공용 장비, 각종 지원실(디자인, 마케팅, 유통, 촬영) 등을 갖췄으며 오는 23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시 관계자는 "나날은 도자 산업 혁신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천년을 이어온 여주 도자기 고유의 가치와 정신에 현대적인 조형성, 첨단 제조기법을 더한 공동 브랜드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앞으로 '나날'은 도예인들이 창작에만 집중할 여건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하고 참신한 제품을 소개해 여주 도자산업의 미래를 제안하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청욱 작가는?

▲서라벌도예 대표
▲여주도자기사업협동조합 총무이사
▲2021 도자문화확산 유공 경기도지사 표창
▲2016 세종한글디자인공모전 동상
▲2012 제13회 순천미술대전 특별상
▲2009 한국석봉미술협회 공모전 입선
▲2008 제33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은상
▲2006 제21회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입상
▲1993 제28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금상
▲1992 제27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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