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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 재외동포청을 품다

입력 2023-05-11 20: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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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명예회장·객원논설위원
뜸을 들이던 재외동포청이 드디어 인천과 서울로 기능이 이원화된 설치 계획으로 확정 발표됐다. 정부의 고심이 어찌 없으랴만 당연히 단독 유치를 바라던 시민들의 기대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다. 본부와 민원처리센터를 분리한다는 얄팍한 방법을 누가 구상했는지 궁금하다. 분리해 얻는 편리함이 무엇인지, 부디 정치적 이해득실로 결정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서울과 인천의 물리적 거리도 그러하거니와 요즘의 초고속 인터넷 사회에서 무슨 민원이 폭주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민원처리센터를 별도로 둬야 하는지 모르겠다. 재외동포들이 비행기로 인천에 도착해 손쉽게 업무를 볼 것도 다시 서울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 않을까. 혹자는 서울 단독 설치가 거의 기정사실화된 것을 인천이 가지고 갔다고 할 수도 있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750만 재외동포의 염원인 재외동포청 본부가 인천에 유치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누구보다도 유정복 시장의 공이 컸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시민의 여론을 하나로 모으고 재외동포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특히 시도지사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고 재외동포청과 관련된 인천의 상징성, 역사성, 당위성을 바탕으로 정부를 설득했다. 그동안 보여준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 인천을 위해 그 말씀만 나눴으랴 짐작해 본다. 대통령과 면담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한 권의 소설을 쓸 수 있는 얘기가 있었다는 알듯 모를 듯한 뉘앙스를 남긴 채 받아넘겼다. 그 뒤에 인천시 정책을 적극 지지해 준 시민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결의문 채택, 간담회, 토론회, 서명운동 등이 봇물처럼 시민사회에 번졌다. 필자도 힘을 더해 지난해 12월15일자 경인일보에 최초로 기록될 '재외동포청은 인천에 설립돼야 한다'는 기고문을 올렸다. 


市 정책 적극 지지해준 시민들
고유의 인화단결이 보여준
'인천정신'이 일궈낸 값진 사례


인천이 한 번 한다면 하는 지극히 당연한 정신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평소에는 흐트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필요한 시점에서는 힘을 모으는 정신, 그것이 오늘의 인천을 존재케 한 인천 정신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정신이 인천에 첫 번째 정부기관으로 유치한 것이 해양경찰청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외동포청이 설립되면 생산유발효과 1천억원, 고용창출 1천500명, 경제효과 1조원, 예산 1천억원의 기관으로 알짜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효과에, 수많은 동포의 방문과 연계 행사 등 시너지 효과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120년 전 선조들을 배웅한 인천에서 재외동포를 마중하는 상징적 의미도 더해졌다. 게다가 인천이 추구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이며 세계 초일류 도시로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뉴홍콩 프로젝트'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의 일치된 힘이 보여준 값진 사례로 인천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증명되었다는 것이며 이를 계기로 인천의 고유한 시민 정신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마음 자세로 해사법원·고법
이민청 유치에도 힘 보여줘야


항간에 인천으로 오니, 이미 서울로 확정되었느니 하며 시민들의 마음을 졸였던 재외동포청이 마침내 인천의 품에 안기게 됐다. 시민들의 염원으로 이룬 성과이니 비록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뜨겁게 환영할 일이다. 본부 위상에 걸맞게 인천시는 정성껏 자리를 마련해 주고 시민들은 재외동포청이 이른 시일 내에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성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한마음의 자세로 현안 사안인 해사법원, 고등법원, 또 신설을 준비 중인 이민청을 인천에 유치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생각해 보니 해사법원, 고등법원은 물론이거니와 이민청이야말로 인천 말고는 아무 데도 적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옷깃을 추스르고 함께 나가야 한다. 인천은 우리가 보듬고 사랑하는 것만큼 발전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성공, 인천의 막걸리라도 한 잔 나누며 모두 함께 자축해야 할 날이다.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명예회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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