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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LL GLOBAL INCHEON, 모든 세계가 인천으로 통하려면

입력 2023-05-30 19:49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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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엽 인천경제자유구역발전자문위원·前 대한변호사협회장
한 세기 동안 세계적 무역항이자 세계적 금융허브로 번영을 구가했던 홍콩의 위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예전만 못해지면서 싱가포르와 두바이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싱가포르의 급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전략에 대한 확고한 국가 정책적 의지, 그리고 영어의 공용어 내지 통용화다. 싱가포르의 공용어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로 무려 4개나 된다. 대한민국 대표 경제자유구역이자 국제도시인 송도 거주 외국인 대상 정주여건 설문조사에서 불편 사항에 대한 답변으로 언어(영어)소통의 어려움이 불만사항 1위에 올랐다.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으로 구 소비에트연방이었던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국제법률가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법률문화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일부 서방 국가들, 러시아 연방 변호사회 회장단, 다수의 중앙아시아국가들 변호사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발표를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고, 무엇보다 많은 행사 참석자들이 영어로 소통했다. 작년 독일 등 서구 국가들에서 개최된 국제법률가대회들이 영어로 진행된 것은 물론이다. 


국제도시 송도, 거주 외국인 대상
정주여건 설문 '소통 어려움' 불만


필자가 싱가포르 국제회의 참석기간 동안 이용했던 택시에서는 예외없이 영어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왔다.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지 30년 이상 지났고, 지금은 대부분의 시민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송도국제도시는 싱가포르 등 다른 국제도시에서는 흔한 영어라디오 방송 하나 없다. 영자신문도 없다. 송도에 입주한 외국기업과 국제대학, 국제기구의 임직원, 정주 외국인을 위한 각종 생활정보를 제공할 미디어 도구는 거의 전무하다. 그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송도에는 정주 외국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비즈니스와 회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니만큼 장·단기로 송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모두를 그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은 반복적이고 계속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영어가 통용되는 환경은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서 송도의 필요조건이다.

최근 인천경제청이 송도국제도시를 영어통용도시로 선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일부에서는 영어통용도시 정책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뒷걸음질치게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조례 제정을 논의하는 시의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우려가 제기됐다는 후문도 있다.

송도국제도시를 영어통용도시(Bilingual City)로 추진하면, 한글과 민족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제기는 일면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말 연구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저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으로 기우에 그칠 것이다. 과거 많은 이가 반대했던 외국영화 개방, 자동차시장 개방, 금융시장 개방 등의 도전을 딛고 대한민국의 문화산업, 자동차산업,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인천경제청 '영어 통용도시' 계획
한국문화 정체성 훼손 우려 있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필요조건


국부 창출을 위해 영어가 통용되는 여건을 조성한다고 한글이 훼손되거나, 민족혼이 상실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강인하다.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스페인어가 사실상의 공용어처럼 사용되고 있어도 영어와 미국의 정체성이 훼손된다고 보는 이는 없다. 좀 다른 얘기이지만,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이 전 세계 1호 인구소멸국가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로부터 사람과 자본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송도국제도시란 명칭에 걸맞게 포용성과 수용성있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보다 풍요로운 세상, 일자리와 경제가 우선시되는 지금, 각종 경제활동을 위해 송도를 찾는 수많은 외국인들, 새로 인천의 품에 안기는 730만 재외동포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일에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통용도시 정책이 인천 시민들에게 영어 배우기를 요구하거나 부담을 주는 정책이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 경제의 한 주체로 활동하는 외국기업들과 국제기구 등의 외국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소통의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다. '송도 영어통용도시', 지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인천의 저력을 믿는다.

/이종엽 인천경제자유구역발전자문위원·前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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