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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 위기' 대학·지자체·기업 협력으로 극복해야

입력 2023-05-25 19:44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5-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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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광 서정대 교수
수도권이라고 해서 인구감소 고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소위 '접경지역' 중에는 2000년대 들어 더 나은 교육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인구유출이 본격화되며 20년이 흐른 현재 소멸위기를 맞은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인구가 줄고 일자리가 사라지다 보니 결국에 성장동력마저 잃고 있어 이들 도시는 인구를 다시 불러들일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중장기 방안으로 일자리가 풍부하고 지역경제가 활기 넘치는 환경조성이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도시 성장을 주도할 특화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화산업은 소멸위기 도시에만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인구가 늘고 있는 곳도 예외는 아니다. 신도시 개발로 인구를 끌어들이더라도 성장산업이 없으면 도심 공동화 등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한 '베드타운'에 불과하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문대학을 지역 거점으로 삼아 지자체와 협력해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을 내놓았다.

일자리 줄어 성장동력 잃은 도시와
도심 공동화 등 문제 안은 신도시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 HiVE 사업


이 혁신적인 아이템은 성공하면 전문대학과 지역이 상호 발전하는 상생의 길이 될 수 있다. 양주·연천지역 사례를 들어 설명하자면 지자체와 대학은 지역에 지속 성장을 가져올 특화산업을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마련해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정주 인구가 늘어나는 선순환 과정이 발생하게 된다. 특화산업은 지역의 핵심 산업군을 중심으로 발굴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산업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산업체는 단순히 인력을 공급받는 수동적인 위치가 아니라 대학과 협약을 맺고 내부 인력을 교육과정에 교원으로 파견하고 원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제작에도 참여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 

 

대학은 본디 지역사회의 공익에 이바지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USR)은 오늘날 대학이 공공의 선으로서 사회적 연대를 구성해 지역발전을 이끄는 앵커 기관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HiVE 사업은 이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기반으로 위기에 빠진 지역사회를 생기 있는 사회로 회복하는 사업인 셈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대학과 지역사회는 현재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적이란 의미이다.

양주와 연천은 접경도시이지만 인구 측면에서는 상반된다. 양주시는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는 데 반해 연천군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서로 대조되는 이 도시는 비슷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고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성장의 열쇠로 여기고 있다. 서정대학교는 이 두 지자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HiVE 사업에 선정됐다. 수도권에서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두 도시에서 진행되는 HiVE 사업은 그 성공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도시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현재 우리 국내 지방도시의 전형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특화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도시에서 HiVE 사업이 성공한다면 다른 지방 중소 도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력양성·산업체 참여하며 선순환
양주·연천 성공해 모범사례로 남길


현재 이 두 도시에서는 지역 산업과 사회 여건,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반려동물과 휴먼케어서비스, 그린식품가공 3개 분야의 특화산업 육성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인재육성을 위해 서정대에서는 관련 학과가 개설돼 현재 운영 중이다. 이 3개 학과는 문호를 넓혀 중장년층에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정규 학위과정 외에도 직장을 다니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직업교육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학과는 단순히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체와 협력해 졸업 후 창업이나 취업할 수 있는 지원도 제공한다. 대학은 지역사회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며, 대학은 기꺼이 이에 응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 기관이다. 오늘날 대학과 지역사회에 불어닥친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대학과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길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기은광 서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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