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방학에도 대학은 쉬지 않아야 한다

입력 2023-06-26 19:4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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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렬 서정대 부총장
얼마 전 한 국내 유명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대학생에게 이번 여름방학 계획을 물었는데 응답자의 96.3%가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등록금과 용돈,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올해 '코로나 엔데믹'이 시작되고 첫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가는 예년과 조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아직 일부 대학이긴 하지만, 정규 학기 사이에 낀 중간 학기를 운영하는 대학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일부 대학은 방학 기간에 전공, 교양, 비교과 과목을 망라해 학기 과정을 꾸렸다.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대규모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4차 산업혁명, AI, 기업가 정신, 브랜드, 어학, 진로 등 다채로운 비교과 강의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현상을 들여다보면 방학이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여유의 시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험과 필요한 공부를 하는 자기 연마의 시간인 것 같다. 아르바이트이건 학업이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시간을 헛되이 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반면에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쫓겨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는 학생이 많다는 점은 다소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방학에도 대학에서 듣고 싶은 수업이 열린다면 설문조사의 결과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엔데믹 이후 '중간 학기제' 운영 대학 생겨
방학 중 실무경험 쌓는 등 취업 준비 가능


학령인구가 절벽으로 치달으면서 대학가는 지금까지 경험 못 한 위기와 마주해 있다. 지방에는 비어가는 캠퍼스로 발을 동동거리는 대학이 한두 곳이 아니라고 들었다. 이런 카오스 속에 방학을 활용하는 대학이 나오고 있는 건 마치 희망처럼 다가온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비싼 돈을 들여 어학연수, 학원 수강 등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대학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평범한 가정의 학생이라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아르바이트에 쫓기다 보면 이런 기회조차 줄어든다.



이럴 때 대학이 방학 기간 훌륭한 교육시설을 놀리지 않고 활용해 학생에게 제공한다면 그야말로 상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방학기간 학기과정을 운영하면 사설학원보다 싼 비용으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고 학점 취득으로 조기졸업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요즘 상당수 대학이 신입생 때부터 자기 주도적 학습역량을 검사하고 이를 신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도 방학 학기제는 매우 바람직한 제도라고 여겨진다. 학생들을 아르바이트 전선에서 다시 캠퍼스로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학원보다 비용 싸고 조기졸업 기회도
학생들은 캠퍼스서 자기계발의 시간 갖길


최근 들어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대학은 이제 과거처럼 단지 '학점만 따서 졸업장을 받는' 예전의 교육기관이 아니다. 학생 스스로 원하는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방학 기간에 운영하는 학기제다. 이는 종전의 결손 학점을 채우는 계절학기제와는 다른 결을 보이는데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온전히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과목을 공모제로 운영하고 학점도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대학은 기업과 손잡고 방학 학기제를 좀 더 전문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제공하거나 전문가를 보내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 등이다. 어떤 방식이든 이 제도가 성공한다면, 캠퍼스는 사시사철 학생들로 붐빌 것이고 아마 방학의 의미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대학의 방학 풍경도 차츰 바뀌어 가는 듯하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찾아 헤매고 대학 캠퍼스는 방학에도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는 순전히 학생의 몫이다. 다만 대학은 학생들이 방학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방학을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영렬 서정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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