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판 넘어간 미추홀구 건축왕, 법원 일벌백계해야

입력 2023-06-27 19:5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6-28 19면
검찰이 건축업자 A씨와 공인중개사 등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 35명을 27일 추가 기소했다. 이들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에 보유한 공동주택 2천700여채로 세입자 372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305억원을 가로챈 범죄혐의를 받고 있다. 절망한 피해자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중대범죄이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A씨 등 18명을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의 사기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만큼 높은 수준의 엄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전국을 강타한 집단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6개 조직, 41명에 대해 범죄단체, 범죄집단죄를 적용했다.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 미추홀구 일당들은 범죄단체조직죄로 기소된 첫 사례다.

검·경이 대형 전세사기 일당들을 형량이 높은 죄목으로 기소한 이유는, 이들의 범죄가 사회와 개인에 미친 피해가 반사회적이고 악질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세사기특별법으로 대응할 정도로 시장 질서를 붕괴시켰고,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해 스스로 목숨을 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4월 25일 3천400여채의 공동주택으로 전세보증금 사기를 벌인 '빌라의 신' 일당들에게 징역 8년에서 5년을 선고한 1심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를 수긍하지 못한 여론과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검·경이 궁리를 거듭한 끝에 일반 사기가 아니라 범죄단체, 범죄집단죄로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혐의를 적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법과 법리의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법원은 미추홀구 건축왕 재판을 중대사기 범죄에 대한 사법판결에 한 획을 그을 중대 사건으로 인식해야 한다. 건축왕을 비롯한 전세사기 조직의 범죄는 사회가 관용하고 법원이 선처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수많은 저소득층 청년 피해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죄는 어떤 처벌로도 상쇄하기 힘들다. 피해 복구를 외면하는 인면수심은 공동체에서 무기한 격리해야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

이런 사람들을 가벼운 처벌로 사회에 복귀시켜 얻을 법익이 없다. 사실상 같은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집단적으로 몰락한 피해자들에 대한 이중 가해일 뿐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의 변호인들은 집요한 법리 다툼으로 가해자들을 변호할 것이다. 피해자들은 개별적인 피해를 회복할 수단이 없다. 법원이 피해자들의 마지막 변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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