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꾼'만 있고 '인(人)'이 없는 정치

입력 2023-12-17 20:03 수정 2024-01-17 14:0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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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향한 한국인의 정서는 불신과 혐오다. 정치인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믿는다.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뜨는데, 가라앉으면 물이 오염되니 큰일 난다. 조크와 유머로 정치에 상처받은 심사를 달래지만, 허망하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진심만 얘기해도 영화 '정직한 후보' 처럼 코미디가 된다. 최강욱이 대통령 부인에게 진심으로 "암컷"이라 하자, 민주당 사람들은 사과하고 본인은 하류가 됐다. 상대를 죽여야 사는 정치인의 진심은 차라리 심중에 가두어 두는 것이 세상에 이로울 수도 있다.

큰 정치인은 거짓과 협잡에 물든 정치꾼들 사이에서 돌출한다. '꾼'들의 속성을 파악하고 이를 압도할 비전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정치'꾼' 무리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 독립할 수 있다. "정치인은 자신이 한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믿으면 놀란다"고 정치꾼의 속성을 간파한 샤를 드 골은 전후 프랑스를 재건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마거릿 대처는 정치 신인 시절 거짓과 협잡이 난무하는 남성 정치에 질려 "정치판에서 말을 원하면 남성에게, 뭔가 이루길 원한다면 여성에게 요구하라"고 질타했지만 "내 생전에 여성 총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좌절했다. 훗날 그녀가 최장수 총리로 내각을 지휘하면서 '철의 여인'으로 불릴 때 영국은 영국병을 치유했고 신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선두에 섰다.



지금 대한민국엔 국민이 사랑하는 정치인이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31%다.(한국갤럽 12~14일 조사)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4%, 한동훈 법무부장관 19%이다.(국민일보·한국갤럽 12월 11일 발표)

대통령은 물론 직전 대선후보이자 당 대표면 정치가는 몰라도 정치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8.56%와 47.83%를 득표했다. 두 사람에게 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을 기대하고 찍은 국민들이 흩어졌다. 대통령은 꾼들에 갇혀 국민과 소통에 실패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려 꾼들의 호위를 자청했다. 큰 정치인이어야 할 두 사람은 정치꾼들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혁신을 외친다. 모리(謀利)에 불과한 꾼들의 혁신에 지겹게 속아 온 대중이고 국민이다. 어지러운 정치판, 역설적으로 큰 정치인들이 탄생할 혼돈이길 바랄 테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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