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오산시 가짜 콘서트 소동

입력 2023-12-19 19:18 수정 2024-01-17 14:06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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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오산시 방문의 해 기념 뮤직 콘서트'. 22일 오산시 세교지구 고인돌공원에서 개최되는 공연포스터 제목이다. 출연진의 면면이 상상을 초월한다. 볼빨간사춘기, 백지영, 에스파, 주주시크릿, 오마이걸, 코요태, 헤이즈, 십센치, 르세라핌, 악동뮤지션, 임영웅, 아이브, 멜로망스, 스테이씨, 허각, 뉴진스 등 글로벌 걸그룹부터 세대를 초월한 톱스타들을 망라했다.

가짜였다. 온라인에 유포된 포스터를 본 시민들의 전화가 쇄도하자 오산시가 18일 SNS에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했다. 2024년을 오산시 방문의 해로 지정한 적도 없고, 콘서트를 기획하지도 않았단다. 무엇보다 엄청난 출연진들을 감당할 시 예산이 없다며, 오산시를 사칭해 허위사실 유포를 계속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단다. 시 해명에 달린 네티즌 반응이 걸작이다. '진짜 열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신당 창당설로 민주당을 곤경에 빠트린 이낙연 전 대표와 관련된 가짜 포스터도 화제다. 역시 SNS에 유포된 포스터 제목은 '양당체제 이낙연이 바꿉니다. 이낙연 신당 국민이 원합니다'이다.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손흥민, 유재석, 김연아, BTS, 블랙핑크, 뉴진스,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응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단에는 이 전 대표 지지모임과 민주당 반이재명 의원모임 명칭을 표기했다. 이 전 대표측은 이재명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SNS 사용자의 허위조작정보라 주장한다.



명백한 가짜이고, 포스터에 등장한 유명인들의 대중적 위상과 처세를 생각하면 가짜임을 숨길 의도도 없어 보인다. 풍자를 위한 창작으로 볼 여지를 남겼다. 오산시 가짜 포스터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도시에 대한 불만을, 이낙연 가짜 포스터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조롱을 담았지 싶다. 그래도 가짜의 폐해는 심각하다. 가짜의 도구로 동원된 유명인들의 초상권과 인권 침해도 문제려니와, 오산시는 가짜를 해명하고 밝히는데 행정을 낭비했다. 또한 실제로 속는 사람들이 나오면 풍자는 범죄가 된다.

가짜 콘텐츠는 가짜임이 명백해도 대중의 확증편향에 편승하면 진실로 유포돼 집단적 오류와 광기를 유발한다. 민주사회엔 재앙이다. 수많은 가짜 뉴스들이 선거판을 흔들었던 전례들이 증거다. 선거를 앞둔 나라마다 가짜 뉴스와 영상 콘텐츠로 골머리를 앓는 시대가 됐다. 진영 대립이 첨예한 우리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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