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2023년을 보내며

입력 2023-12-28 20:22 수정 2024-01-09 13:50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2-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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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저문다. 해마다 한 해를 보내는 감성은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초(秒)·분(分)·시(時)·일(日)·년(年)·세기(世紀). 사람만 시간에 칸막이를 쳤다. 찰나의 초, 분에도 후회와 희망을 교차시키는 인간의 감수성은 하루의 일출과 일몰에 더 진해지니, 한해를 다 보내는 감상이야 오죽하겠는가.

올 한해도 장자의 호접몽처럼 내가 나비인듯 나비가 나인듯, 한국인들은 서로서로 알게 모르게 얽혀 1년을 살아냈다. 돌이켜보면 장자와 나비 같은 한해는 아니었다. 경인일보가 선정한 경기·인천 10대 뉴스는 충격과 분노와 좌절로 가득하다.

청년들이 영혼을 갈아 마련한 전세금 수백억원을 꿀꺽 삼킨 전세사기범들이 속출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로만 4명의 청년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원에선 일가족 전세사기범죄로 400여명이 1천억원대의 피해를 감수할 처지가 됐다. 분당에선 정신 나간 흉기난동범이 생면부지의 시민을 해치고, 인천에선 신축 중이던 아파트 주차장이 주저앉았다.



정치싸움에 양평고속도로 사업이 백지가 됐고, 인천 정치권은 돈봉투를 주고받은 민주당 전 대표와 현직 국회의원들이 구설에 올랐다. 9·19 군사합의 폐기로 인천 서해5도와 경기도 접경지역엔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졌다.

나라 전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저질정치로 민심은 갈라졌고, 고금리로 민생은 망가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면서 이상동기범죄라는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학부모에 시달리던 선생님들이 목숨을 끊고, 남겨진 선생님들은 교권회복을 부르짖었다. 굴지의 건설업체가 해를 넘기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선언했고, 건설업체들은 해 넘어 줄도산을 걱정한다.

돌이켜 보면 올 한해도 경기도민, 인천시민, 한국인들은 용케도 살아냈다. 몸은 고단하고 마음엔 옹이가 박혔어도 꿋꿋하게 살아낸 것은 스스로 대단하고 기특한 일이다. 서로서로 장자의 나비와 나비의 장자가 되어 준 우리 덕분이다. 세상은 뉴스가 된 악행들보다 뉴스가 안 된 선의가 훨씬 크고 무겁기에 살만하다 믿는다.

우리를 힘들게 한 상처는 2023년의 피딱지로 남기고, 상처에서 건져낸 희망을 품고 새해의 칸막이로 넘어가야겠다. 인간의 문명은 시간의 칸막이를 넘어가면서 반성하고 희망을 품기를 반복하며 진화한 결과일 테니.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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