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서울대병원 헬기이송 논란

입력 2024-01-07 20:45 수정 2024-01-08 15:0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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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back)은 '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백' 보다는 '빽'이라 발음해야 직관적이다. 권력자가 뒤를 받쳐주면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이권을 챙기고 스스로 작은 권력이 될 수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 분)은 혈연을 타고 빽을 만들어 건달들을 쥐락펴락하는 식이다.

정치 사회질서가 문란하던 시절의 반칙적인 생존방식인 셈인데 탈주범 지강헌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칠 때가 1988년이니 '빽'이 만능이던 시절은 꽤 이어졌던 셈이다. 그 시절 서민들도 다급한 경우 사돈에 팔촌까지 혈연이며 학연을 뒤져 빽을 찾을 때가 있었는데, 집안에 중환자가 생겨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할 처지도 그랬다.

서울 큰 병원, 그 중에서도 서울대병원 입원은 서민에겐 빽 없이 힘든 바늘구멍이었고, 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은 마지막 희망 같던 시절의 이야기다. '서울대 병원에서 못고치면 고칠 병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서울대병원의 권위는 대단했다. 특권층의 병원이라는 인식이 서민들의 집착을 키웠다. 50, 60대 이상 세대에게 서울대병원은 그런 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소방헬기 이송에 대한 의료계, 특히 지역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응급의료시스템에 따라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받았어야 했고, 전원하려면 헬기 대신 일반 운송편을 이용해야 원칙에 맞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부산, 경남, 광주 의사회가 비난성명을 냈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오늘 이 대표와 측근들 고발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대응이 화를 키웠다. 흉기테러를 당한 이 대표 중심으로만 사고하고 말했다. 정청래의 '잘하는 병원' 발언은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지역 의료계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의전서열 8위의 소방헬기 사용이 무슨 문제냐는 태도는, 이 대표 이송 중 발생할 수도 있었던 위중한 환자의 권리를 도외시한 특권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짐작컨대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 결정은 '서울대병원'에 대한 무의식적 집착 때문이지 싶다. 흉기에 목을 찔린 이 대표를 최고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강박은 가족과 측근들 세대에선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빽과 특권을 부정하는 세대가 세상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서울대병원 헬기이송을 이해하는 세대와 비난하는 세대 사이를 건너는 중이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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