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소울푸드, K라면

입력 2024-01-09 20:23 수정 2024-01-10 08: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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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지난 소울푸드 K라면이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등장한다. 닭고기 육수로 만든 '삼양라면(100g)'은 10원에 출시됐다. 당시 짜장면 30원, 곰탕 50원에 비하면 매우 착한 가격이었다.

K라면은 1970년대 소고기 라면 성장기를 거쳐 1980년대 빨간 국물 라면으로 황금기를 맞았다. 이때 라면계의 스테디셀러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비빔면, 짜파게티(1984), 신라면(1986), 진라면(1988)이 앞다퉈 등장한다. 이에 힘입어 1998년에는 국내 라면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이후 2000년대 대형마트 PB라면이 출시됐고, 2010년대에는 하얀 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었다. 2020년대 프리미엄 제품으로 진화한 라면은 이제 대표적인 모디슈머(modisumer)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요리 영감의 원천이 됐다.

지난해 K라면 수출액은 1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보다 24% 더 팔렸다. 한·중·일 중 라면을 가장 늦게 만든 한국의 K라면 최대 수출국이 면의 나라 중국인 점이 흥미롭다. K라면의 세계시장(66조원 규모) 성공에는 현지화 전략이 한몫했다. 동남아시아나 중동 시장을 사로잡은 '할랄라면', 인도 '치킨라면', 뉴질랜드 '비건라면'으로 나라별 소비자 취향을 저격했다.



K컬처도 K라면의 성장을 견인했다. 매운 라면의 신화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BTS 등 K팝 스타의 먹방 챌린지가 대유행하면서 수출로만 10년간 40억개를 팔아치웠다. 러시아에서는 전쟁 통에도 팔도 '도시락 면'이 컵라면 판매 1위이고, 스위스 융프라우 전망대를 가도 농심 '신라면 컵'을 맛볼 수 있다. "라면 끓일 물만 있으면 신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감칠맛 나는 라면 예찬으로 K라면 세상을 인증했다.

라면의 국내 판매량도 늘었다. 2022년 라면 소비량은 39억5천만개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수출 증가와 달리 내수 증가엔 생각이 많아진다. 불황의 지표로 보여서다. 얇아진 지갑에 서민들의 소비에 짠내가 가득하다. 빈곤의 시대에 쌀을 대체했던 라면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인스턴트식품이다. 그래도 라면은 야식이나 간식일 때 제격이다. 불황에 쪼들린 서민의 주식이라면 서글픈 격상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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