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공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경기본부 들어올 IT센터는 심장·대동맥"

입력 2024-01-16 20:36 수정 2024-01-16 20:4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17 5면

'가장 큰 광역단체' 경기도 경제를 살피다


행원 재직 31년간 한국 상전벽해 변화… 금융시장 역할·책임도 강화
팬데믹 여파 소상공인 고금리 고충… 보증 부실률 등 지표 살펴보는중
道 지역경제, 반도체 변동 영향 크고 대기업-中企 격차 이슈 '예의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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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은 지난 1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팬데믹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지역 소상공인 등이 여전히 어려운 경제 상황과 높은 금리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경제나 한국은행을 떠올리면 딱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이다. 수많은 지표와 공식이 불러일으키는 피로와 압박감, 은행 중의 은행이 주는 권위감. 그중에서도 한국은행 경기본부장의 이미지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가장 큰 광역단체인 경기도 경제를 살피는 권한의 크기, 그에 따른 책임의 무게가 연상돼서다.

공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은 흔히 생각하는 '한국은행 본부장'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캐주얼한 차림에 백팩을 멘 채,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그를 광교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게 방증이다. 언제나 쾌활한 분위기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은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진다. 특유의 부산 사투리는 정겨움을 더한다.



지난 1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공 본부장은 유머를 곁들이며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많은 긴장과 피로를 요구하는 긴 사진 촬영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도 경제가 당면한 현실과 현안을 논할 때 그의 언어는 명료하고 무거웠다. 구체적인 지표를 토대로 구성된 논리엔 경기도 경제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

■ 앞으로 나아간 한국 경제와의 '동행'


'열혈 경제학도'였던 공 본부장은 대학 졸업 후 1993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개발경제학, 화폐금융론 등 여러 강의를 들으며 배웠던 경제학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입행 원서를 넣었다. 결과는 합격. 당연한 말이지만 '뛸 듯이 기뻤다'. "한국은행 합격을 통보받았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소회다.

1993년 이후 한국은행은 그의 생에서 큰 자부심이었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한국 경제가 굵직한 사건들을 관통해오는 순간마다 미미하나마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보람 때문이다.

매일, 아니 매 순간 변한다는 게 경제라지만 그가 행원으로 재직하는 31년 동안 한국 경제는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 경제 규모가 신흥시장국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한국은행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경제가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자 금융시장의 자유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역할과 책임도 강화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은행은 글로벌 중앙은행 사이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BIS의 최고위급 핵심 협의체인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의 의장으로 선임되는 등 국제기구에서 핵심 직위를 맡기도 한다.

한국 경제와 한국은행의 위상이 커가는 동안 공 본부장은 늘 현장에 있었다. 매번 태스크포스(TF)에 들어가 밤을 새우거나 주말을 반납하며 일했다. 1993년에서 2024년, 신흥시장국에서 선진국, 1인당 국민소득 8천달러에서 3만3천달러로 오는 동안 그가 진행했던 수많은 조사와 연구, 업무가 그의 31년 재직 생활인 셈이다.

공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미미한 힘이나마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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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지역경제' 경기도 경제와의 동행


공 본부장은 2022년 2월 한국은행 경기본부장으로 부임했다. 그동안엔 주로 조사국, 국제국 등에서 경제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해온 터라,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사와 연구, 중소기업 지원 등을 담당하는 지역 본부장 부임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그가 그동안 관심 있게 살폈던 지표는 경기지역 기업경기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 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큰 피해를 남겼기 때문이다.

금융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모두 2조3천700억원을 저리(연 0.25%)로 1만7천여개 업체에 지원했다. 다만 금융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경기도와의 업무 협력을 강화한 이유다.

공 본부장은 "팬데믹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지역 소상공인 등이 여전히 어려운 경제 상황과 높은 금리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경기도와 중소기업 금융 지원, 정책 협력 실무 네트워크 운영 등으로 업무 협력을 강화한 이유"라며 "최근엔 경기신용보증재단과도 업무협약을 맺어 보증 자료를 공유하고 취약 소상공인의 보증 부실률 같은 지표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인천시와 대비되는 경기도 경제만의 특성도 공 본부장이 주의 깊게 챙긴 경제 이슈였다. 경기도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전국 80%에 달할 정도로 집중돼 있어 지역경제가 반도체 및 IT 경기에 크게 변동한다는 취약성이 존재한다.

또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최근 5년 동안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2%로 서울(4%)은 물론 전국 평균(3.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경기도 안에선 최근 '분도론'이 중점 추진될 만큼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격차도 상당한 실정이다.

공 본부장은 "이런 경제적 특성은 지역경제 정책 담당자들에게 많은 고민과 과제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주력 산업 성장의 과실이 생산, 투자, 고용 등을 통해 지역경제 전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기 남·북부 격차 해소를 위해선 수도권 중첩 규제 완화 등 기업이 들어올 수 있게끔 다양한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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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연 '광교 시대'…새로운 경기본부


임기 동안 경기도 경제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공 본부장의 2년은 경기본부 역사에선 큰 변화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바로 지난해 7월 50년 영화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광교 신행사로 이전한 것.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광교시대'가 지역경제의 중심 기관으로서 다른 지역 기관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공식 절차를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기관 실무진간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만으로도 좋은 점"이라고 언급한 공 본부장은 "이번에 이전하면서 화폐 전시실을 개관했는데, 다른 기관들의 전시실들과 같이 어우러지면 도민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 경기본부에 들어서는 IT 센터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의 IT 센터는 한은 금융망(BOK-Wire), 회계시스템, 외환전산망시스템 등 우리 경제의 핵심 IT 시스템을 운영한다. 인체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게 심장과 대동맥이듯이, 한국은행 IT센터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기본부로서도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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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새로운 자리에서 새 임무를 시작하는 그는 앞으로도 'BOK맨'의 긍지를 이어 나가겠다고 담담히 전했다. "입행 때와 완전히 같은 마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가 경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BOK맨'으로서의 긍지는 여전합니다. 앞으로도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공철 경기본부장은?

▲1967년생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 석사
▲1993년 한국은행 입행
▲2012~2015년 한국은행 경남본부 경남기획조사팀장
▲2015~2020년 조사국 국제종합팀장·산업고용팀장·동향분석팀장,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장
▲2020~2021년 조사국 국제경제부장
▲2021~2022년 한국금융연구원 파견
▲2022년 ~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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