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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1억원으로 확인한 웃픈 현실

입력 2024-02-14 19:52 수정 2024-02-14 20:0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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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선거를 앞둔 명절 밥상머리에는 으레 정치 이야기가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에 만난 가족이나 지인들 사이에서는 총선보다 '1억원'이 화제가 됐다. 한 기업에서 자녀를 출산한 직원에게 1억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결혼을 앞두거나 이미 결혼한 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1억원이 현금으로 들어오면 아이를 바로 낳을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다들 월급쟁이인 처지에 1억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니 긍정적인 반응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고민된다'는 반응은 그나마 긍정적인 축에 속했다. 1억원이 통장에 꽂혀도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는 게 다수였다. 부부 중 한쪽이라도 가까운 거리에 부모님이 사시면 부담을 덜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돌봄은 오롯이 예비 엄마 아빠의 몫으로 남는다.



1억원 받고 아이를 가질 것이냐는 우문에 한 지인의 답변이 퍽 인상 깊게 와 닿았다. 단순하지만 명료했다. "굳이 돈을 줄 게 아니라 지금보다 먹고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해결되는 문제 아냐?"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년 넘게 쏟아 부은 예산으로 일자리를 더 만들거나 교육비 부담을 덜거나 여러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저출생 해결에 세금을 투입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청년세대에게 돈을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식의 사고방식이 불만스럽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저출생이라는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와 양극화, 경력단절 등 사회 구조가 영향을 미친 문제도 큰데, 근본을 건드리지 않고 출산만을 요구하니 반작용도 커진다.

한편으로는 웃펐다. 사석에서 서로 선거 이야기 꺼내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이들끼리, 막상 정치가 풀어내야 할 숙제를 고민하는 풍경이 말이다. 애석하게도 선거 당사자들은 그 숙제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애써 외면하는 것만은 아니길 바란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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