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고라

[경인아고라] 에듀테크, 과연 교육위기의 해법인가?

입력 2024-02-26 19:5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2-27 18면
現 정부의 교육부 에듀테크 올인
부정적 디지털교육백서 수정 지시
지금 학교현장 수많은 문제로 홍역
사교육업체만 환호… 재점검 필요
공공성 우선, 시장논리 부분 적용을


0036.jpg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최근 쏟아지고 있는 교육정책들을 보노라면 공교육의 시장화가 가속화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연초에 교육부 장관은 올해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대통령은 "상당한 경쟁시장 구도가 되어야만 한다. 교육, 국가독점 안돼…"라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주식시장이 반응했다. 에듀테크 업체, 사교육업체들의 주가가 많게는 17%까지 뛰었다고 한다. 사교육 업체들의 향후 사업전망이 좋다고 시장은 평가한 것이다.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을 거론했다. 학생맞춤형 수업을 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온라인 수업 등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유·초·중등학교 지원에 사용될 예산 중에서 1조5천억원을 별도로 책정해서 에듀테크 관련 교사 연수를 시키고, 교육부의 조직도 바꾸어 디지털교육기획관 자리를 신설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이번 정부의 교육부는 에듀테크에 올인하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 또 다른 특이 사항이 발생했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교육백서'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수정 지시를 하고 경고를 하였다고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디지털교육백서를 발간하면서 2022년 실시한 국제성취도비교연구(PISA)의 내용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에게 집필을 의뢰했다. 이 연구원은 PISA 2022 보고서의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내주었는데, 그 내용이 원문과 차이 나니 수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KERIS와 평가원 양측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해당 기술 내용이 PISA 2022 보고서의 핵심 내용과 다르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 전의 내용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디지털 자원'을 1시간 더 쓸 때마다 수학성취도 평균 점수가 3점씩 하락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수정 후 자료를 보면, 수학 성적이 가장 낮은 것은 디지털 기기를 아예 안 쓴 학생들이었다라고 표시하고 있다.

왜 이 문제에 교육부가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국책연구기관에 경고와 수정지시까지 내려야 했는가? 에듀테크를 밀어붙이고 디지털 교과서를 강조하는 현 교육부장관이 관련 정책에 대해서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질까봐 염려해서 그렇다고밖에 해석할 수 있다. 학술적 분석과 해석은 학술적인 논의의 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지금 우리 학교 현장은 수많은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학생들의 심리와 신체발달이 기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서이초 사건으로부터 표출된 교권 침해는 교사들을 매우 힘들게 하고 있으며 이를 대하는 학부모들 역시 민감성이 높아지는 등 교육 3주체 모두 긴장과 갈등의 연속을 경험하고 있다. 늘봄학교를 전면 실시한다고 하는데 시설과 인력 및 재원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도 않고 있다. 3월부터 학폭전담조사관제를 전면 실시한다는데 지원자는 태부족이다. 학생들의 학력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학생수도 급감하여 학교 교육의 존립조차 흔들리고 있는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학교가 당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사교육업체들이 좋아하는 에듀테크만 외치는 교육부는 다시 한번 정책의 근본 방향에 대해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의 핵심적인 사명은 공적인 자금을 갖고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며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차별 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우선적으로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고 효율성, 경쟁과 시장의 논리는 부분적으로만 적용해야 한다. 이 둘 사이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된다면 우리의 공교육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가 그 실패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 교육정책을 잘못 추진하면 예산 낭비는 둘째치고 우리의 미래가 송두리째 삭제될 수 있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