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5년 만에 연극무대 '거미여인의 키스' 열연… 배우 정일우

입력 2024-03-24 18:53 수정 2024-03-25 18:0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3-25 19면

"가짜연기 불안감… '나' 배제하고 그저 '몰리나' 되려 몰입"


과감한 동성애·정치범 이야기
'모성'으로 무조건적인 사랑 표현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 느껴
안주하지 않고 평생 연기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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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일우. /스튜디오252 제공

연극 '엘리펀트 송'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정일우. 매회 공연하며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것을 연극의 묘미로 꼽은 그가 선택한 작품은 마누엘 푸익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이다.

작품에는 발렌틴과 몰리나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중 정일우가 맡은 몰리나 역은 가석방을 조건으로 정치범인 발렌틴을 감시하고, 반정부 조직의 정보를 캐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또 소극적이고 현실도피적인 그는 자신을 여성이라 생각하는 남성이기도 하다. 1970년대 독재정권이 지배하던 아르헨티나, 당시 동성애와 정치범을 다룬 이 이야기는 과감하면서도 섬세했다.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극은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이 이해를 바탕으로 변해가고, 또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돼야 했다. 이 가운데 발렌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몰리나를 잘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정일우 역시 이 부분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몰리나가 가지고 있는 사랑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 극을 했었던 정문성 배우가 '모성에 가까운 사랑'이라고 한 말에서 답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발렌틴을 위해서 희생하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려 하는 것이 어머니에게서 받는 사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해결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일우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정일우에게 몰리나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유약하고, 어느 부분에선 강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어딘가 한없이 슬퍼 보이는 인물이다.

정일우는 "몰리나는 영화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이 살아있고 행복하다 느끼는 친구"라며 "그런 이야기를 유일하게 들어준 발렌틴에게 사랑이 싹트며 '이 사람을 위해 내 한 몸 희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로 잡았다"고 했다.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유리알' 같은 약하고 아름다운 존재, 안아주고 싶은 여인이 바로 정일우의 몰리나이다. 이와 함께 극의 영화 이야기 속 표범여인인 '이리나' 역시 몰리나와 같다고 생각한 정일우는 더욱 디테일하게 영화를 묘사하려 했다. 이러한 캐릭터의 매력들은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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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지난 1월에 개막한 '거미여인의 키스'는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정일우는 이미 30회차 가까운 공연을 마쳤지만 여전히 대사를 까먹을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지난 프레스콜에서 '매너리즘'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던 그는 공연 중반을 넘긴 시점에서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래도 계속해서 반복된 공연을 하다 보니 '내가 같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가짜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졌었다"며 "그것을 깨는 것은 제 몫이다. 무작정 대본을 보며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신을 배제하고 몰리나로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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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을 맡은 배우 정일우.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정일우에게 무대는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곳이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그래서 더욱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배우라면 안주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발전하려 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 공연 100%의 완성도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힘든 부분이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평생 무대를 하고 싶습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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