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소래어시장 공짜 광어회

입력 2024-03-24 19:47 수정 2024-03-24 19:5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3-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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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종합어시장 상인들이 지난 18일부터 손님들에게 활어회 무료제공 행사를 진행 중이다. 29일까지 평일 방문 손님에게 하루 300㎏의 광어회를 인원수대로 나누어 준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양이다.

한 유튜버의 고발 영상이 무료 이벤트의 동기가 됐다. 끈질긴 호객행위, 명백한 저울치기, 황당한 바가지 가격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이 퍼지면서 자정 약속이 공염불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손님이 끊길까 걱정한 상인회가 무료 이벤트로 용서를 구하고 나선 것이다.

상인회는 지난해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장에서 고른 멀쩡한 꽃게를 집에 가 보니 다리가 없었다는 소비자의 고발에 비난 여론이 들끓자 진짜 거적을 깔고 무릎을 꿇었다. 반성의 진정성을 보일 더 이상의 표현이 없자, 이번엔 장사 밑천을 무료로 제공하고 나섰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시장의 흥정은 신뢰를 바탕으로 인지상정을 따른다. 상인과 손님의 이익이 서로 양해할 만한 수준일 때, 손님은 밑지고 판다는 상인의 하얀 거짓말에 짐짓 속아주고, 흥정은 인정으로 이어진다. 인간적 소통과 감수성이야말로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의 매력이다. 이 매력에 빠져 MZ세대들은 시장을 순례한다.

관광시장 바가지 횡포는 소래포구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전국 관광지 상권들이 일제히 자정결의로 바가지 근절을 약속하는 일이 연례행사가 됐다. 대포항 등 전국 어시장에 '양심저울'이 빠짐없이 설치된 지도 오래됐다. 유독 소래포구어시장이 불신의 척도가 된 건 기억과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싶다.

70년대 소래포구를 후각과 청각으로 기억한다. 곰삭은 젓갈은 내음만으로도 짰지만 흥정 붙은 상인과 손님들이 빚어내는 소란엔 인정이 가득했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김장용 젓갈을 구하러 온 인파들이 소래를 가득 메웠다. 소래포구는 수도권 서민들의 부엌이었다. 수도권 시민에게 동해안 포구가 바가지를 감수할 관광지라면, 소래포구는 심리적으로 동네 재래시장에 가까운 공간이다.

주말에 매출을 올려야 하는 관광시장이니 노량진과 가락동 도매시장 같은 가격일 수는 없다. 그래도 감성을 배신할 정도여선 안된다. 석고대죄에 이어 무료 이벤트까지 벌인 지경이다. 한번 더 여론의 도마에 오르면 시장이 절단난다. 저울을 목숨 줄로 여기고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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