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인터뷰…공감] 10년 넘게 '유통 최일선' 몸담은 유철현 BGF리테일 홍보팀 수석매니저

입력 2024-03-26 20:53 수정 2024-03-26 20:5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3-27 14면

"소시민 삶 녹아있는 편의점… 세상 이롭게 할 공간으로 꾸릴것"


입사 2년차 발령 받아… PB상품 특성부터 회사 경영 전략까지 공부
친구같은 매력·업계 이야기 독자에게 전하고파 '어쩌다 편의점' 출간
이용객 모두에게 헌정… 희로애락 공간 늘 사명감·책임감 갖고 임해


인터뷰...공감 BGF리테일 유철현 홍보팀 수석1
유철현 BGF리테일 홍보팀 수석매니저가 서울 강남구 본사 앞 CU편의점에서 상품을 들고 있다. 유 수석은 편의점의 가치를 강조하며 "편의점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보팀. 기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서다. 회사의 주요 소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거나 회사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기획력은 물론 판단력, 순발력, 문장력, 설득력 등 세상의 '력(力)'이란 력은 다 겸비해야 하면서도 홍보맨에겐 '빛 좋은 개살구'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유철현 BGF리테일 홍보팀 수석매니저는 그런 홍보팀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다. 산업을 막론하고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통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따라 시시각각 그 흐름이 달라진다. 편의점은 여러 유통 채널 중에서도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1인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한 소포장 제품이 부상하는가 싶더니,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거거익선' 제품이 금세 두드러지기도 한다.

유 수석은 이렇듯 가장 변화의 속도가 빠른 편의점 업계, 그 중에서도 제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홍보팀에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의 최일선에 매일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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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홍보맨

시작점은 실제로 현장의 최일선이었다. 지난 2010년 7월 BGF리테일에 공채로 입사한 그는 직영점 편의점주로 일선에서 현장을 뛰었다. 이후엔 '프랜차이즈의 꽃'으로 불리는 SC(영업 담당)로 배치돼 가맹점과 가맹본부의 가교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돌연 홍보팀으로 발령받았다. 입사 2년 만이었다.

유 수석은 "사람들은 관성이 있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옮겨다니기 싫어한다. 저 또한 마찬가지여서 처음엔 홍보팀 이동을 거절했다. 어렵다는 생각도 컸다. 작게는 PB(자체제작) 상품의 특성부터 크게는 회사의 경영 전략까지 공부해야 한다. 압축된 MBA 과정을 밟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의 홍보는 까다로운 사안을 다룰 때도 많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기에 보람도 크지만, 힘든 일도 많다. 모두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보 담당 주니어 시절 겪었던 이른바 'CU 사태'였다. 용인지역의 한 CU 편의점주가 가맹계약 해지 문제를 두고 본사와 충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불거진 사건으로, 지난 2013년 경인일보가 단독 보도했던 사안이다. 사회적 논란이 거셌고 BGF리테일 대표가 직접 대국민 사과까지 했을 정도였다.

유 수석은 "우리 회사를 비롯한 편의점 업계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정 활동을 거치며 제도적, 정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건강한 가맹사업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편의점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홍보맨'으로서도 "고난을 겪은 사람이 심리적으로 단단해지고 역량도 높아지는 것처럼 이런 쓴 소리가 개인적으로는 홍보맨으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밝혔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CU 사태를 홍보 주니어로서 지켜봤던 유 수석은 편의점 업계의 베테랑 홍보맨으로 거듭났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다보니 편의점에 '진심'이 됐다는 게 유 수석 설명이다.

지난 15일 수원시내 한 커피 전문점에서 유 수석을 만났을 때도, 인터뷰 내내 편의점을 향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과거보다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유통 채널로서의 위상이 높아진 점에 대해 그는 "편의점 업계가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업계가 성장하면서 홍보의 영역과 영향력도 커진 것 같다"며 "또래 유통업계 홍보맨 중 이직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저밖에 없다. 제가 이렇게 한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는 건 편의점이 좋아서다. 일을 하다 보니 편의점에 '진심'이 됐고, 진심인 만큼 열심히 하게 되고 애정을 갖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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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편의점

편의점 홍보맨으로서 자부심이 남다른 그는 지난 4일 '어쩌다 편의점'을 출간했다.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편의점 점포수가 5만개가 넘고, 하루 이용자가 1천600만명에 달하는 편의점 업계 이야기를 '전지적 홍보맨 시점'으로 풀어낸 책이다. 2년간 출·퇴근시간에 유 수석 본인 얘기와 지인, 경영주 등 편의점 관련 42개의 에피소드를 짬짬이 썼다는 게 유 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항상 옆에 있어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돌이켜보면 이만한 사람이 없는, 친구 같은 편의점의 묘한 매력을 소비자나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책을 발간한 이유를 밝혔다.

여러 에피소드 중 빙그레의 대표 상품 '바나나맛우유'에 얽힌 '지키고 싶은 마음'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편의점에서 수십 년 동안 매출 상위에 올랐던 '올 타임 레전드' 상품이지만, 유 수석에겐 먼저 세상을 떠난 중학교 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품이다.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늘 바나나맛우유만 먹었던 친구는 유 수석이 대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세상을 떠났다.

유 수석은 "오랫동안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 뒤로 바나나맛우유를 마시질 않는다"며 "친구에겐 바나나맛우유가 어머니에 대한 긴 기다림을 견디게 하는 진통제였고 저한테는 친구의 부재를 느끼게 해 주는 존재"라고 씁쓸해했다.

이 밖에 책을 통해 유 수석은 북한 개성공단의 CU 편의점 관리자, 10년 전 수중에 50만원만 쥐고 백령도에 들어갔다가 연 매출 50억원을 올리게 된 편의점주 등 편의점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다방면으로 소개했다. 사람들의 애환과 기쁨, 고난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겼다. 어쩌면 평범하다고 치부될지 모르는 편의점 종사자들을 멋지고 특별하게 표현해냈다.

유 수석은 자신의 책을 "편의점주는 물론 편의점을 찾아주는 고객에게 헌정하는 글"이라고 했다. 그는 "편의점은 운영하는 주체와 이용하는 주체가 모두 소시민이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하루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편의점이라는 액자를 통해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런 마음을 담아 유 수석은 책의 초판 인쇄 수익을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국제비정부기구(NGO) '메이크어위시'에 기부했다. 회사 임·직원과 편의점주, 그리고 편의점을 이용해주는 고객이 있었기에 책이 출판될 수 있다고 여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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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은 변한다.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들의 성향과 수요에 따라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기도 하고, 기존 제품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한다. 상주 인력을 없애거나 드론으로 배송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기도 한다. 그런 변화의 최일선엔 오늘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하게 뛰는 유 수석이 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유 수석에게 편의점은 희로애락의 공간이다. 편의점이, 그리고 편의점주와 회사 임직원들이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 사람이길 바란다고 했다.

유 수석은 "제 컴퓨터 화면 보호기에는 '우리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문구가 뜬다. 소비자들에게도, 편의점주들에게도, 그리고 편의점 운영사의 임직원들에게도 편의점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나 직장이 아닌, 삶의 단편에 놓인 희로애락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이 세상을 좀 더 편하고, 이롭게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유철현 수석은?

▲1982년생
▲국민대학교(광고학·경영학 복수전공) 졸업
▲2010년 7월 BGF리테일 입사
▲2010년~2012년 2월 BGF리테일 강북영업부(SC)
▲2012년 3월~현재 BGF리테일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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