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에 직접 뛰어든 전직 대통령 적절한 처신인가

입력 2024-04-03 20:12 수정 2024-04-03 20:1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4-04 19면

울산 궁거랑길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울산 남구 삼호동 궁거랑길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남구 출마자 전은수 후보와 함께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4.2 /연합뉴스
 

4·10총선에 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가히 총동원 형세다. 진보 20년 집권을 주장했던 전직 당 대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 그리고 현직 당 대표가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 이해찬 위원장은 명성에 걸맞게 당의 정신적 지주로서 내부 균열과 파열음을 막아내는 군기반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치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김부겸 위원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중도층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고,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 중인 이재명 위원장 또한 유세 현장과 법정을 오가며 현직 대표답게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내세운 국민의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야당 지도부의 이러한 포진도 '범진보 압승'을 점치는 중반 판세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한다.

그런데 이렇게 야당이 우세한 선거판에 야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까지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경남 거제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응원하고, 이달 1일엔 경남 양산과 부산 사상에서 이 지역에 출마한 같은 당 후보를 각각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양산에선 취재진에게 "70 평생에 이렇게 못 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면서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의 발언치곤 수위가 높았다. 특별한 연고 지역이나 후보를 찾아 조용히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해석의 확대를 경계했지만 처음 대하는 전직 대통령의 이런 모습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낯설고 당혹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그 정당의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불법도 아니고 탈법도 아니다. 흔한 비교 사례인 미국에서도 전직 대통령이 상·하원 선거나 대선 지원 유세에 나선 사례는 드물지 않다. 버락 오바마도 그랬고, 빌 클린턴도 그랬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사적 역할,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 소속 정당의 단결, 그리고 특정 정책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후보를 지원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달랐다. 가급적 정치적 발언을 삼가면서 어느 진영에 기울어짐 없이 국민통합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이런 오랜 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양극화와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과연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하는 지적도 있다. 투표가 끝나면 적절했는지 여부가 드러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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